지난 7년간 관선이사가 파견됐던 경기대학교의 정 이사 파견(정상화)을 놓고 갈등이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정상화를 반대하는 교수회와 학생·교직원 등은 1천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교과부 항의 방문 및 시위를 계획하는 한편, 구 재단 측은 복귀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7년 전 재단 비리를 놓고 벌어졌던 학교 구성원의 내홍이 재현되고 있는 상황을 긴급 진단한다. /편집자 주
▲경기대 비리재단 퇴출과 지금
지난 2004년, 당시 경기대학교 총장 S모씨(59)가 교수임용 과정에서 1억원을 받고 대학 교비 78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검찰에 따르면 S총장은 2003년 12월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을 찾아온 이 대학 체육학부 Y교수(49)에게서 임용 청탁 명목으로 1억원을 받은 혐의였다.
검찰은 이후 경기대의 교수 채용 비리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혐의가 있는 교수를 조사하기도 했다.
이에 당시 경기대 민주동문회는 “S씨의 재단이사장 당시 파행적 재단운영과 총장 취임 후 저지른 부정비리를 경기구성원 모두 기억한다”며 성명을 내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와 함께 당시 교육부에 경기학원에 대한 즉각 감사와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S총장의 퇴출과 함께 그 해 12월 임시이사 체제로 전환된 경기대는 신임 총장 선출과정에서도 학생회가 ‘비리재단 보호용’이라며 반발,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이후 2006년 경기대는 학내 비리로 겪은 몸살을 떨쳐내려는 듯 과거 비리 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조사 내용을 담은 ‘조사 백서’를 발간하기에 이른다.
앞서 2005년 12월 시민단체와 교수 등 17명으로 구성된 진상조사특별위원회가 9개월여 걸쳐 문제의 S총장이 이사장으로 재임했던 1985년부터 백서 발간까지의 학생운동 탄압 및 각종 비리의혹사건을 파고들어 1천50쪽 분량으로 담았다.
이후 최근까지 관선이사 파견 체제로 운영되며 내홍은 진정 국면에 접어든 듯했다.
▲경기대 정상화 추진
경기대의 학내 갈등에 다시 불이 붙은 것은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관선이사 6명(이사정수 7명)의 1년 임기가 지난 8월11일 만료됨에 따라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에 경기대 정상화를 추진하면서부터다.
교과부는 지난 5월 경기대의 종전 이사진이 교비 보전을 완료하면서 임시이사를 선임했던 사유가 해소됐다고 판단, 정당한 절차에 따라 사분위에 ‘경기대 정상화’ 추진안을 상정했다.
이와 관련, 교과부는 사학의 설립과 운영에는 자유가 인정되기 때문에 공공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주성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또 비리재단으로 퇴출된 이후 사면복권된 구 재단 측이 학교 운영에 참여하는 것이 법리적인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교과부 한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임시이사체제인 대학의 이사회는 정상화 이후 설립자 측 인사로 구성된 정이사진 형태로 꾸려지는 것에 문제가 없다”며 “사분위 소위원회에서 논의할 문제이지만 학교 구성원의 의견도 올렸고 사학 분쟁이 커지지 않도록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S 총장 측은 설립자의 설립 취지를 이어받은 구성원이 법인의 주체가 돼야 한다며 복귀 의사를 거듭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또 구 재단 복귀에 찬성하는 일부 교수진은 “학내 교수들이 구 재단 복귀를 반대하는 뜻을 먼저 학생들에게 알리고 선동해서는 안된다”고 주장, 학교 구성원간 첨예한 갈등을 보이는 상황이다.
▲학생 및 교수, 구 재단 복귀 안된다
경기대 교수회와 학생, 교직원 등은 ‘경기대 정상화’에 대해 시기상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학교 측의 이 같은 의견을 무시한 채 사분위를 구성해 무리하게 정상화 과정을 밟는 것에 권력 개인 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교수회 측은 지난 4일 비상총회를 열고 대책기구를 결성, 오는 13일 사분위의 경기대 정상화를 안건으로 한 회의를 저지하기 위한 대규모 항의 방문 및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0월 경기대 등 6개 대학 총학생회 연합체인 ‘비리재단반대·재단정상화를 위한 전국 대학생 공동대책위’가 사학재단의 권익을 옹호하는 정부 방침에 맞서 공동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히는 등 사학분쟁의 조짐을 보여왔다.
관선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사립대에 옛 재단의 복귀가 가시화되면서 임시이사 체제의 구성원은 비리로 퇴출당한 옛 재단의 재입성을 반대하기 때문이다.
학내 재입성을 반대하는 측은 사립학교는 비영리법인이기 때문에 개인 소유로 볼 수 없고 비리로 해임됐다면 모든 권리를 상실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학생과 일부 교수 및 교직원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경기대 캠퍼스에는 ‘구 재단 복귀 반대’라는 내용을 담은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걸려 있고, 학생과 교수들이 연일 모임을 갖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또 총학생회 측은 옛 재단이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것에 대비해 과반수의 학생과 교수·총장 등으로부터 ‘입성 반대서명’을 받아 사분위에 제출하기도 했다.
급기야 오는 13일 열릴 예정인 사분위의 경기대 정상화 회의에 맞춰 학생과 교수·교직원 등 1천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 방침이다.
김기언 교수회장은 “현 시점은 구 재단의 복귀와 정상화를 논의할 시기가 아니다”라며 “학생과 교수 등이 분명한 반대 이유와 의사를 밝혔음에도 교과부와 사분위가 일방적으로 경기대 정상화를 추진하는 것은 권력 실세가 개입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정계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김태정 학생회장도 “학교를 제대로 발전시킬 수 있는 재단 유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비리를 저지른 구 재단이 다시 들어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사분위 한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경기대가 잘 되는 방향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설아기자 rsa119@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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