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경제민주화’다

지난해 말부터 나를 포함한 몇몇 인사들은 민주당과 민주개혁세력이 집권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토론해왔다. 이 모임을 통해 우리는 ‘경제민주화’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과감한 문제제기와 도전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현재 민주당은 재생산의 위기, 소통의 위기, 비전(희망)의 위기를 맞고 있다. 범민주개혁세력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똑같은 위기에 봉착해 있다. 민주당과 민주개혁세력은 네 가지 측면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첫째, 시대의 흐름과 국민의 요구를 반영하는 비전과 가치의 변화, 둘째, 소통하는 정치세력으로의 변화, 셋째, 젊은 정치세력으로의 변화, 넷째, 범야권의 혁명적 재구성이다. 이 중 새로운 가치와 비전의 제시가 반칙과 특권, 불공정에 맞서는 ‘경제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경제민주화는 시대의 흐름이다. 신자유주의와 성장제일주의의 폐해는 세계적인 현상이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반칙과 특권, 불공정을 해체하는 경제민주주의 밖에 없다. 최근 미국에서 타오르기 시작한 월가 시위는 경제독재자들의 횡포에 대한 항의이며, 경제 정의를 갈구하는 경제민주주의에 대한 요구이다. 우리나라도 경제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으나, 정치권이 정치투쟁에만 매몰되어 이 같은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마이클 샌덜의 ‘정의란 무엇인가?’, 우석훈의 ‘88만원 세대’가 큰 화제를 일으킨 것은 불공정, 반칙과 특권에 대한 항의이며 경제민주주의 대한 갈구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안철수 현상도 불공정 경제와 경제독재자들의 횡포에 대한 저항의 의미가 숨어 있다.

 

경제민주주의는 국민의 요구이다. 나와 몇몇은 민주당의 새로운 비전을 찾기 위한 수차례의 여론조사와 표본집단면접을 통해 국민의 관심사와 요구를 연구한 바 있다. 그 결과 대다수의 국민들이 경제문제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고, 특히 변화를 요구하는 핵심적인 내용이 경제 분야의 불공정, 부정의를 해소하는 것이었음을 확인했다. 아직까지는 국민들의 이러한 요구가 집약된 목소리로 표면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조사결과가 가리키는 지점은 정확히 ‘경제민주화’라고 할 수 있다. 국민들, 특히 젊은 세대의 기존정치권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은 절실한 국민적 요구를 외면한데에서 기인 한 것이다.

 

경제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의 심화 확장을 의미한다. 민주당을 비롯한 개혁세력은 그동안 정치민주화를 이룩하고 민주주의와 인권, 한반도 평화에 기여했으나,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서는 무관심했던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경제민주화가 진전되지 않고서는 대한민국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발전도 없고, 어렵게 이룩해온 정치민주화의 열매가 특권층들의 힘을 키우는 결과만을 야기할 수도 있다. 최근 대두된 보편적 복지는 2차적 분배구조를 바꾸는 것이고, 경제민주주의는 1차적 분배구조를 바꾸는 본질적인 접근방법이다. 경제민주화 없는 보편적 복지는 사상누각이 되어 뚜렷한 한계를 보일 수 있으며, 따라서 경제민주주의는 범야권을 재구성할 때 공통의 가치, 공통의 깃발이 될 수 있다.

 

이제 경제독재자들의 반칙, 특권을 해체하고 공정과 정의를 실현하는 경제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 재벌들의 불법, 탈법에 대해 본격적인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순환출자, 불공정 하청, 변칙상속과 증여, 탈세와 분식회계, 불법비자금 등을 바로잡아야 한다. 또한 경제민주주의적 관점에서 재구성될 국민경제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 비전에는 일자리, 청년실업, 비정규직, 정리해고, 교육(사교육, 입시, 등록금), 육아, 보편적 복지, 사회안전망 등에 대한 명백한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전면에 제기하고 이슈화하는 것이 국민적 요구와 시대정신에 부응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세대교체를 통한 젊은 정치세력으로의 변화, 경제민주화라는 새로운 시대적 가치에 동의하는 정치세력의 통합이 이루어질 때, 내년 총성과 대선에서 민주당과 민주개혁세력의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

김부겸 국회의원(민, 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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