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 와이번즈의 외국인 투수 브라이언 고든(33)이 31일 열리는 한국시리즈 5차전에 선발투수의 중책을 맡는다.
반면 삼성 라이온즈는 가을 들어 최고의 구위를 자랑하는 토종 좌완 에이스 차우찬(24)을 내세워 우승 축포를 쏘겠다는 태세다.
벼랑 끝에 몰린 SK는 포스트시즌 내내 ‘마당쇠’ 역할을 마다치 않고 역투를 펼친 고든이 마지막 투혼을 불살라 활로를 뚫어주길 바라고 있다.
올해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에서 두 경기를 뛴 고든은 지난 7월 초 비룡군단에 합류했다.
지난 1997년 마이너리그에 데뷔해 2006년까지 외야수로 뛰었던 고든은 전설적인 강속구 투수였던 놀란 라이언의 조언으로 2007년부터 투수로 전업한 특이 이력의 소유자다.
올해 정규리그에서는 빠른 직구보다는 낙차 큰 커브를 앞세워 6승4패 평균자책점 3.81의 준수하지만 인상적이지는 않은 성적을 남겼다.
그러나 가을 잔치에서는 SK 마운드에서 소금과 같은 역할을 했다.
커브보다는 시속 140㎞ 후반대의 직구에 초점을 맞춰 던지면서 포스트시즌 5경기에 2승1패 평균자책점 1.59로 숨겨진 가을 사나이였음을 증명했다.
특히 플레이오프 5차전부터 불펜으로 전환해 지친 SK 계투진에 큰 힘을 보탰다.
정규리그에서는 삼성과의 경기에 선발로 나선 적이 없고 유일하게 지난 3일 대구 경기에 구원 등판해 2⅔이닝 3실점으로 좋지 않았다.
현재 강행군에 지친 SK 계투진의 현실을 생각한다면 고든이 최대한 긴 이닝을 막아 줘야 팀에 희망이 생기기 때문에 고든의 어깨가 무겁다.
그러나 투구 수 80개가 한계고 40개를 넘어가면 구위가 뚝 떨어지는 약점이 있어 극복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4차전에 감각을 되찾은 삼성 타선을 상대로 직구를 앞세워 최대한 공격적인 투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타격에서도 지난 3·4차전에서 2번 박재상과 3번 최정, 톱타자 정근우까지 부활의 신호를 올린 만큼, 박정권만 살아난다면 훨씬 짜임새 있는 공격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만수 SK 감독대행은 “고든이 길게 갔으면 하지만, 1·2차전에서 던졌기 때문에 5회까지 버텨주길 바라고 있다”면서 “현재 투수들이 너무 지쳐있지만, 5차전에는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총동원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민우기자 lmw@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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