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카의 수도 ‘쿠스코’ 역사속으로 사라진 비밀의 문 열리다

앵글속세상

잉카의 수도, 쿠스코(Cusco). 옛 잉카언어로 ‘배꼽’, 즉 세계의 중심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칠레 북부에 이르는 광대한 영토에 800만의 인구를 거느렸던 대제국 잉카. 그 중 100만의 주민이 거주했던 쿠스코는 잉카인들이 신성시한 퓨마의 형상으로 세워졌다.

 

스페인 정벌자들에 의해 멸망당했던 1천530년경의 인구가 20만명이었다고 하니 남미 대륙의 절반을 지배했던 대제국의 수도로서의 위용을 갖추고 있었으리라 여겨진다. 문자, 철, 바퀴를 갖지 못했던 잉카문명이 어떻게 그러한 대제국을 건설하고 유지할 수 있었는지는 아직도 풀리지 않는 역사의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과거 잉카의 신전들 대신 성당과 수도원들이 들어섰고 아르마스 광장을 중심으로 스페인식의 거리가 조성되었지만 아직도 도시 곳곳에서 잉카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어서 더욱 흥미로운 쿠스코다.

 

명소들은 그리 넓지 않은 구시가지에 밀집되어 있다보니 구시가지를 다니다 보면 며칠 전에 사진 찍은 건물을 다시 찍게 되는 경우가 여러번 있었다.

 

지난 5월 8일 아르마스 광장에서 군악 소리가 들리고 의장대가 도열하길래 처음엔 흔히 볼 수 있는 국기게양식 같은 간단한 행사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게 아니었다. 단상에는 장성들이 자리잡고 광장에슨 여러부대가 대열을 갖추고 있었다. 나중에는 사열, 행진까지 했다. 건물 사진만 찍다 보면 자칫 단조로워지기 쉬운데 이런 망외의 풍경을 만난 것도 행운이다.

 

쿠스코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으로 갔다. 코리칸차(Qori kancha·태양의 신전).

 

Qori는 ‘황금’을 kancha는 ‘있는 곳’을 뜻한다. 하지만 지금은 황금도 없고 코리칸차도 없다. 스페인 정복자들이 황금을 약탈하고 신전을 허물어 그 토대 위에 저들의 교회를 지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황금을 빼앗아 갔는지 당시 유럽에서는 대량의 금이 유입돼 인플레이션까지 초래했다고 한다.

 

비록 태양의 신전은 없어졌고 현재의 건축물의 외관은 교회이지만 이곳에는 잉카 신전의 건축 토대와 석벽, 석실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래서 같은 장소가 두개 이름으로 불린다. 코리칸차(Qori kancha)와 산토도밍고 교회(lglesia de Santo Doming)

 

사라진 제국의 옛 수도는 그렇게 정복자의 흔적과 뒤섞여 슬픈 아름다움으로 빛나고 있었다.

 

글·사진_김영훈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