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과천과학관 ‘투탕카멘전’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공개된 ‘투탕카멘’의 유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불과 7세의 나이에 왕위를 물려받아 19세에 의문의 죽음을 맞이했고, ‘왕들의 계곡’에 묻혔음에도 도굴되지 않은 채로 완벽하게 보존돼온 투탕카멘 을 통해 이집트 파라오의 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신비의 파라오 투탕카멘(TUTANKHAMUN-His Tomb and His Treasures)’ 전이다. 10월 15일 국립과천과학관에서 개막한 이번 전시는 이집트에서도 보기 어려운 투탕카멘의 무덤과 보물을 완벽한 상태로 재현, 발굴 현장의 생생함을 그대로 전달해 준다.
■3천년 전 이집트 왕을 만나다
투탕카멘의 유물 1천300여점을 실물 그대로 복제해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이집트 전문가의 철저한 고증을 통해 파라오의 신비를 충실히 재현해 냈다. 총 예산 30억원, 전시 공간 800여평으로 전시품 설치에만 두 달이 걸린 유례없는 규모의 초대형 전시로 이집트 고고학 전시의 새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이다.
실물 크기와 똑같이 만들어낸 무덤과 부장품 등 면밀히 재구성한 복제품은 파라오의 황금시대로 관람객을 안내한다. 유리관 속에 일렬로 늘어선 유물을 보는 것에서 벗어나, 눈앞에서 실제로 느끼고 만지는 ‘진짜’ 체험을 할 수 있다.
이미 스위스, 독일, 스페인 등지의 유럽 12개 도시에서 300만명 이상의 관람객을 동원하며 투탕카멘 열풍을 일으킨 이번 전시는 과천을 시작으로 일본, 중국, 태국 등 아시아 투어를 실시한다.
■흐름을 따라 발굴현장 속으로
이번 전시는 단편적인 관람이 아닌 흐름을 따라 발굴현장의 궤적을 더듬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집트와 투탕카멘에 관한 영상물을 시청하는 것으로 시작해 발굴 당시 상태로 재구성된 무덤 방과 보물을 차례로 탐방하게 된다.
우선 영상물을 통해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가 7년간의 발굴 작업 끝에 투탕카멘 무덤을 발견하고, 최초 발굴을 시작하는 순간까지를 시청한다. 이어 투탕카멘의 무덤방에는 왕관과 부장품 등 발견 당시의 위치 그대로 배치된 유물을 통해 카터가 무덤에 처음 들어섰을 때의 느낌을 체험할 수 있다. 어둑한 가운데 은은한 조명이 무덤의 분위기를 조성해 긴장감을 한층 더한다. 8겹으로 겹쳐진 관과 투탕카멘의 미라, 황금마스크까지 하나씩 벗겨나가는 과정을 통해 이집트 왕의 사후세계와 장례절차를 접하는 동안 신비로운 세계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눈부신 보물을 코앞에서
무덤방에 겹겹이 쌓여 있던 보물들은 자세한 설명과 함께 하나씩 살펴볼 수 있다. 번쩍번쩍 빛나는 왕의 옥좌와 금박을 입힌 전차, 미라의 내장을 담아놓은 캐노픽 항아리 등 진귀한 유물들이 가림막이나 유리벽 없이 설치돼 있다. 특히 투탕카멘 무덤에서 나온 유물 중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되는 황금마스크는 수정과 흑요석, 황금으로 이뤄진 진품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려냈다. 독일 기술진의 협력을 통해 이집트 공예가의 손에서 정교하게 태어난 복제품은, 진품의 흠집까지 그대로 되살려내면서 복제품 전시의 매력을 다시금 생각게 한다.
이번 전시의 과학자문위원인 이집트 학자 빌프리트 자이펠 박사는 “안전상의 문제로 이집트를 벗어날 수 없는 원본을 대신해 독창적 복제품을 통해 출토 유물의 기술적 완성도와 특징을 인상적으로 재현해 냈다”며 “가까이 다가가서 멋진 유물을 직접 느끼고, 만질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이집트 파라오 시대의 예술과 문화의 매력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26일까지 계속되며 관람료는 성인 1만2천원, 중·고생 1만원, 초등학생 이하 8천원이다. 문의(02)724-6332
글_성보경기자 boccum@ekgib.com 사진_sbk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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