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마사회에 친일파 흉상이 웬말”

민족문제연구소, “역사 정의에 위배”… 철거 요구 공문 전달

민족문제연구소가 최근 한국 마사회 경내에 친일인사의 흉상이 세워진 것을 확인하고, 마사회에 철거를 요구하고 나섰다.

 

31일 민족문제연구소와 마사회 등에 따르면 마사회는 지난 1996년 경마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마사회 본관 앞에 김동하(1920∼1993) 전 한국마사회 회장의 청동 흉상을 설치했다.

 

그러나 연구소는 최근 김동하 전 회장이 만주국군 대위 출신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마사회에 흉상을 철거하라는 공문을 전달했다.

 

연구소는 이 공문에서 “역사학계의 연구와 조사를 통해 ‘친일 인명사전’에 수록된 인물의 흉상이 공공기관에 설치돼 있다는 것은 역사의 정의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또 김 전 회장은 신경군관학교를 졸업하고 1940년대 만주국군 소위로 임관해 일제패망 당시 대위로 복무했으며, 5·18 군사구테타에도 가담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달 중순에는 광복회원 중앙협의회 소속 독립유공자 30여명이 마사회를 방문해 김회장의 흉상을 철거하라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광복회 소속 정모씨는 “대한민국 공기업에 친일인사의 흉상이 설치돼 있다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 며 “수년 전부터 흉상 철거를 요구했는데도 마사회는 철거를 미루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마사회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의 흉상은 당시 마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설치했다” 며 “흉상 철거는 임원진 회의를 통해 결정되겠지만, 현재 철거에 대한 검토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과천=김형표기자 hpk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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