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장 낚시터’ 썩어가는 왕숙천

낚시꾼이 버린 떡밥·술병 등 곳곳 널려… 상수원 오염에도 지자체는 ‘물구경만’

포천시에서 발원, 남양주시와 구리시를 관통해 한강으로 유입되는 지방하천 ‘왕숙천’이 낚시꾼 등이 버린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따라 시가 왕숙천 일대를 상수원보호구역 및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 환경오염 등을 예방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7일 오후 2시께. 진건읍과 도농동 사이 약 8㎞의 하천주변에는 낚시꾼들이 먹다버린 술병과 음식쓰레기 등이 도처에 널려 있고, 불을 피워 취사한 흔적도 곳곳에 남아 있었다.

 

과자봉지, 떡밥 봉투, 음료수 병 등이 천변을 따라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으며 곳곳에서는 쓰레기를 태운 흔적도 발견됐다.

 

낚시에 사용된 떡밥과 음식물은 각종 쓰레기와 섞여 부유물로 떠도는 등 육안으로 보기에도 수질오염 역시 심각한 상태였다.

 

진건읍 진관교 주변에는 지난 2000년 6월 왕숙천유역 환경관리협의회에서 설치한 ‘쓰레기 무단투기, 낚시 금지’라는 경고판만이 자리잡고 있었지만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아 낚시 행위를 단속할 수 있는 권한이 시에는 없다.

 

더욱이 진관교에서 2km 떨어진 곳에는 세로 형태의 작은 섬이 있는데 섬에는 버젓히 텐트까지 설치, 취사까지 이뤄지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시민 이완우씨(76)는 “낚시꾼들이 버린 쓰레기 때문에 악취도 심하고 물도 더러워졌다. 낚시금지 표지판까지 세워 놓고 시가 왜 관리를 안 하는지 모르겠다”며 “왕숙천도 엄연한 상수원인데 방치하는 게 말이 되냐”고 불평했다.

 

이에 대해 남양주시 관계자는 “왕숙천은 상수원보호구역이나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아 낚시를 강제로 금지시킬 방안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며 “담당하는 관리자 한 명이 93개 하천을 관리하는 실정이라 시민들의 자발적인 쓰레기 수거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왕숙천은 포천시에서 발원해 남양주시와 구리시를 관통하고 한강으로 흐르는 37.8km 길이의 하천으로 경기도민과 서울시민에게 물을 공급하는 상수원이다.

 

이상열·홍두영기자 hdy84@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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