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삼이 그리는 하늘은 어둡고 축축하다. 그가 표현한 짖게 드리워진 음울한 하늘의 시커먼 먹구름은 수분을 잔뜩 머금고선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 부을 기세다. 어느 여름날 장마철의 우울한 날씨를 표현한 것일까. 그러기엔 화면 속 하늘은 높기만 하다. 그곳의 세상은 수증기를 품은 먹구름이 대지에 낮게 깔린다는 기압차에 관한 상식을 무시한 채 땅에서부터 구름까지의 간극을 넓다 못해 공활하게 묘사했다. 비상식적이고 현실을 위반한 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초현실의 공간에는 일렁이는 구름과 낮게 깔린 대지, 그 사이에 위치한 무엇이 보인다. 화면의 중앙에 자리한 것은 인류 최고의 발명품인 ‘비행기’이다. 이는 기계문명이 발달한 이래 완성된 메카니즘의 정수이자 인류가 꿈꿔온 이카루스의 숙원을 풀어준 거룩한 존재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 신의 영역을 탐했던 인류의 신화적 상상력의 결정체이자 피안의 세계로 들어가는 영원불멸의 진입로일 것이다.
신원삼이 표현한 하늘과 대지, 그리고 그 사이로 스스로 신이 되고자 했던 인간의 창조물이 우두커니 멈춰서 있다. 그런데 거대한 기계의 몸체는 넓게 관통되어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안을 보니 서로 다르지만 모두 비슷한 느낌을 한 무엇이 포착된다. 마치 유령처럼 하얀색 표피를 지닌 인간의 형상이다. 비상을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하지만 악화된 기상조건 탓에 그날의 비행은 힘들어 보인다. 창공을 날지 못하는 아쉬움 때문인지 기계의 몸체가 미세하게 떨고 있는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진다.
신원삼은 고도로 문명화된 현대사회를 배경으로 유령이나 좀비처럼 목적을 잃어버린 부유하는 군상을 표현한다. 그의 세계는 고층빌딩이나 쇼핑타운, 공항 등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하루에도 수많은 인파가 지나다니는 과밀화된 공간으로 많은 이들의 욕망과 허상이 충돌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어쩌면 인류가 이룩한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의 일상일 수도 있겠다. 이러한 배경을 뒤로 한 채 모호한 표정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성별을 겨우 알아볼 정도로 뭉개진 하얀색 군상들은 초점 없는 눈을 몽롱하게 뜬 채 부유하듯 떠있다. 작가는 결국 스스로 신이 되고자 했지만 결국 초조하고 무력한 인간의 자화상을 나타낸 것이다. 또한 개인의 몰개성화와 부품화가 가속되는 가운데 만들어진 불특정다수의 모호성을 이야기한다.
조두호 수원미술전시관 수석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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