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예보 지젝 9·11 테러 논문 엮은 책 출간
‘이 시대의 가장 위험한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이 9·11 테러와 관련해서 쓴 논문 다섯 편을 엮은 책 ‘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자음과 모음 刊)가 번역·출간됐다.
책은 9·11 테러라는 사건 너머 직시해야 할 세계화 자본주의와 미국 패권주의의 폐해를 지적하고 있다.
지젝은 책을 통해 9·11 테러에서 읽어내야 할 ‘진짜 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9·11 테러 이후 미국적 입장을 반영한 ‘악의 축’이니 ‘무한한 정의’니 하는 말에 길들여지고, 어느 사이엔가 ‘테러리즘’에 ‘이슬람’의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하지만 지젝은 그것을 ‘놓친 기회’였다고 말한다.
지젝이 보기에 9·11 테러는 ‘안온한 삶’을 깨뜨리는 ‘악’이 아니었다. 마치 19세기 산업사회의 몰락을 드러내는 ‘타이타닉호’의 침몰처럼, 자본주의의 한계를 드러내는 자기파괴적이고 상징적인 사건이었던 것. 지젝의 말처럼 “9월 11일, 미국은 자신이 그 일부로 속해 있는 세계가 어떤 세계인지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그것을 잡지 않았던 것”이다.
지젝이 이 책에 담고자 한 핵심 메시지는 이것이다. ‘당신은 지금의 안전하지만 통제되는 삶에서 한걸음 밖으로 빠져나올 용기가 있는가? 아니면 자본주의 매트릭스의 안온한 삶에 머물면서 ‘호모 서케르’나 ‘최후의 인간’으로 살아가겠는가?’
지젝은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처럼 독자에게 빨간 알약을 건네면서 그것을 삼키고 밖으로 걸어나와 자신이 주인인 삶을 살라고 권하고 있다. 옮긴이 이현우·김희진. 값 1만9천원
윤철원기자 ycw@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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