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공동체 아우르는 문화예술 공공성

최근 우연치 않게 지역에서의 공동체 문화예술 활동과 관련된 몇몇 연구 모임들로부터 부름을 받게 되었다. 짐작컨대 이곳저곳 마을을 기웃거리며 문화운동을 한답시고 입소문(?)을 내다보니, 뭔가 함께 나눌 얘깃거리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듯하다. 그러나 막상 부름에 응해놓고는 딱히 참신한 얘깃거리도 없을뿐더러, 무슨 얘기든 중언부언을 넘어 또 하나의 오류를 얹는 것에 지나지 않을 듯 싶어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다. 지역 공동체 문화예술 활동의 속성상 예술성에 더해 지역성, 공동체성 등의 관점까지를 폭넓게 짚어봐야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단편적인 문화예술 공공성 논의

 

지역 공동체 문화예술 활동을 얘기하다보면 종종 문화예술의 사회적 가치체계를 따져보는 일이 되곤 한다. 거기서 궁리를 거듭하다보면 종국엔 문화예술의 ‘공공성’이란 개념에 맞닿게 된다. 그런데 우리가 부지불식간 사용하는 공공성이란 용어의 개념적 스펙트럼은 매우 넓다. 더욱이 모든 분야에 걸쳐 제도적·정책적 견인력에 강한 영향을 받아 온 우리의 경우, 공공성을 외치는 주장의 기저에 깔린 이해관계 등에 따라 논의를 풀어내는 품새와 갈무리가 사뭇 다를 뿐 아니라 때에 따라 전혀 상반되는 의미를 띄기도 한다. 특히 문화예술의 공공성에 있어 자칫 맹목적 가치 지향성으로 흘러 문화예술의 도구화를 부르거나, 몰가치적 순혈주의로 인한 문화예술의 형해화를 가져오는 양극단을 경계해야 한다. 그렇다고 방관자적 가치중립성만이 능사인 것도 아니다. 아마도 문화예술의 공공성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어찌 보면 문화예술의 공공성에 대한 논의가 그리 새로운 것만은 아니다. 굳이 옛 동굴벽화 등을 들먹이며 예술 행위의 시원을 운운하지 않더라도, 동서고금을 통해 문화예술이 사회적 관계망 속의 소통과 자리 잡음에서 한시라도 벗어 난 적은 없었다. 시대적 상황과 주어진 여건에 따라 모습을 달리할 뿐, 문화예술의 공공성이란 관점은 언제, 어디서건 작동되어왔다.

 

좀 더 다른 통찰력·감수성 필요

 

지역 공동체 문화예술 활동에 있어서도 지역과 공동체를 아우르는 문화예술의 공공성에 대한 확장된 논의는 절실하다. 그러나 우리의 형편이 아직은 지역 공동체의 단편적이고 파편화된 조각들을 맞추는 것에 머물러 있음은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지역 공동체에 접근하는 동기와 계기가 다양하고, 그것을 풀어내는 방법론도 제각각의 형편에 따라 여러 양태를 보일 수밖엔 없겠으나, 그러한 크고 작은 움직임들이 지역 공동체를 안팎에서 읽어내는 언어가 되기 위해선 좀 더 다른 통찰력과 감수성이 필요할 듯싶다. 이는 곧 지역 공동체 문화예술 활동이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지만, 지역과 공동체를 아우르는 문화예술의 공공성이 작동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우리 문화예술계 현장의 지역 공동체와 조우하려는 여러 노력들이 지속가능한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문화예술의 공공성에 대한 논의는 두터워질 필요가 있다. 그것이 아무리 풀기 어려운 난제고 당장의 손에 잡히는 과실을 안겨주지 못한다 할지라도, 외면하거나 회피할 일은 아니다. 사실 그럴 수도 없다. 그렇다면 오히려 정면으로 응시하며 진지하게 맞서는 것도 좋은 방책일 수 있다. 그런 노력이 켜켜이 쌓여 우리 문화예술과 지역 공동체가 서로의 기억과 영감을 주고받는 상호작용의 화학적 결합을 이뤄낼 것으로 기대한다.

 

박명학 예술과마을 네트워크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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