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여성 한국어 말하기 대회 한복 입고…대본없이 실력 뽐내
“한국어가 익숙해지니 어느새 한국 사람이 다 된 듯해요.”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무하밧씨(25ㆍ우즈베키스탄)가 마지막 멘트를 끝냈다. 조용히 숨죽여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청중들은 모두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질렀다.
1일 오후 1시30분부터 사회복지법인 수원중앙복지재단의 외국인복지센터에서 개최된 ‘외국인여성 한국어 말하기 대회’는 센터에서 공부한 70명 가운데 16명이 참가, 각자 갈고 닦아 온 한국어 솜씨를 뽐냈다.
특히 최우수상을 받은 무하밧씨를 비롯해 대부분의 참가자가 준비한 대본을 단순히 읽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통째로 외운 뒤 감정을 실어 유창하게 발표했다.
1년 4개월 전 남편을 따라 한국을 찾은 엘리카씨(22ㆍ필리핀)는 처음 한국에 도착 당시 낯선 생활방식, 시어머니와의 갈등 등의 내용을 막힘없이 말했고, 일본에서 온 아야카씨(32)는 시아버지에게 일본어를, 친정아버지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주겠다는 계획을 유창하게 발표해 청중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2007년부터 센터의 한국어 교사로 일해온 이혜숙씨(54)는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 나간다고 밤낮으로 연습한 수강생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대회에 참석한 수강생들의 95%가 다문화 가정을 이루고 있는 주부들로 의미를 더했다.
변경숙 관장(49)은 “한국어를 못하면 생활의 불편은 물론 아이가 성장하면서 엄마와 의사소통에 지장이 생겨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한국어에 열의가 있는 대회 참가자들은 분명히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홍두영기자 hd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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