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못하면 왕따… ‘욕’ 권하는 친구들

초등생들 욕설·비속어 서슴없이 사용 

욕 안하면 ‘착한 척한다’ 말 안걸기도

학교측 ‘언어개선’ 상벌점제 무용지물

“욕을 못하면 따돌림을 받는데 해야지 어떡해요!”

 

경기지역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욕·비속어 등의 사용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욕설과 비속어, 은어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가 학교에서까지 생겨나고 있어 아이들에 대한 인성교육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8일 오전 수원시 장안구 A초등학교 휴식시간, 학교 내 복도에서는 초등학교 4~6학년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잡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은어인 졸라(매우), 지대(제대로), 베프(친구), 안습(안타까움), 즐(무시할 때 쓰는 말), 지못미(슬픔) 등 뿐만 아니라 ‘X발’, ‘개XX’, ‘X같은 XX’, ‘X놈’ 등의 욕설을 쉴새 없이 쏟아냈다.

 

6학년 한 여학생은 “이런 말 안쓰면 친구들이랑 대화도 안되고 익숙해져서 안쓰려고 해도 그냥 써진다”며 “선생님과 예쁜말을 하려면 단어도 생각안나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대화를 나누던 한 친구는 “반친구들 대부분이 욕을 하는데 가끔 욕을 안하는 친구를 보면 착한 척 하는 것 같아 다같이 말을 안걸기도 한다”며 “그리고 대장한테 잘보이려면 어쩔 수 없이 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학교 수업시간이 끝난 한 6학년 교실 학생들의 책상 노트에는 욕설과 비속어, 은어가 적힌 메모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인근 B학교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체육시간 축구를 하던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들은 욕설을 서슴없이 내뱉고 있었다.

 

학교와 경기도교육청, 정부에서는 학생들의 언어문화 개선을 위해 벌점·상점제를 실시하고 주기적인 교육을 하고 있지만 비속어 사용이 익숙해진 학생들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서울교육대학교 강경호 국어교육학과 교수는 “단순히 학생들에게 상점이나 벌점을 주는 차원이 아닌 아이들이 타인의 감정을 잘 이해하도록 돕는 인성교육, 무엇보다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바른언어 교육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학생 언어문화 개선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설문조사에서는 ‘욕이 필요한 이유로 욕을 대체할 말이 없다’는 답변과 ‘욕 하는 문화의 책임이 어른들에게 있다’는 답변이 각각 37%를 차지했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