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 二重苦 ‘설 땅이 없다’

경기 침체… 보험사, 백화점·대형마트 등 대리점 설치 영업

7년차 보험설계사 박모씨(50·여)는 과거 보험왕 경력까지 있는 실력있는 보험설계사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실적 한 건을 올리기조차 힘들다.

 

경기침체로 고객들이 보험 가입을 외면하는데다 보험설계사들이 늘어나 고객을 빼앗기는 경우가 다반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고객들이 굳이 보험설계사를 찾지 않아도 대형마트, 커피전문점 등에서 상담을 받고 보험을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박씨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박씨는 “회사에서 상품을 계속 내놓지만 보험 구입에 대한 고객들의 마음은 차갑기만 하다”며 “보험설계사에만 의존했던 영업 규모가 프랜차이즈처럼 확대되다보니 우리가 먹고 살기는 더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기침체와 보험설계사 간의 경쟁으로 보험설계사들의 영업에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보험업계가 고객 밀착형 영업 방식을 내놓으면서 설계사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백화점, 대형 쇼핑몰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보험 대리점을 설치해놓고 기존의 찾아가는 서비스에서 고객이 보험에 다가올 수 있는 방식으로 보험 영업을 변화시키고 있다.

 

삼성생명은 유명 커피전문점과 제휴해 ‘파이낸스 카페’를 동탄 주상복합쇼핑몰 등 11곳에서 운영 중이며 내년에는 10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동부화재도 홈플러스와 제휴를 맺고 다이렉트 자동차 보험을 판매하고, 롯데손해보험 역시 롯데카드,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내 쉼터를 만들어 보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보험업계가 고객을 불편하게 만들었던 설계사 방문형 판매 방식이 아닌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내점형 점포 마케팅을 펼치면서 보험설계사들이 외면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고객이 보험에 가입했더라도 보험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해당 수수료를 받을 수 없어 자신의 돈으로 대납하는 상황이 반복, 설계사들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바뀐 영업 방식에 고객을 빼앗긴 보험설계사들은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보험사가 차별화 된 전략으로 영업 방식을 전환하고 있다”며 “보험설계사 개개인에 따른 불편 때문에 협회가 이를 관여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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