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을 통해 본 인천

과연 어떤 분야에서 실질적인 교류와 협력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최근의 북한사태가 아니더라도 중국의 수도를 넘어 글로벌 권력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북경이다.

 

그런데 ‘도시화를 경험한 한국을 배우고 싶다’는 베이징 공대 따이지한(戴儉)학장의 말을 들으면서 상호간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공동 목표가 보였다.

 

베이징은 1천800만 명이 살고 있고, 전 세계의 사람들이 모여 들고 있다. 그러나 G2로 일컬어지는 베이징의 속살은 과연 어떨까. 베이징은 2008년 올림픽을 전후하여 급격한 도시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다니던 길에 자동차가 넘쳐 난다. 도로의 혼잡도는 도쿄나 서울과 유사하다.

 

따이지한 학장이 자동차 증가로 인한 도시 교통 혼잡과 교통인프라 구축방안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가슴에 와닿았다. 그 대안으로 지하철을 추진하고 있지만 노선 연장과 증설에 수반한 역세권 개발방안이 미흡한지라 우리의 경험이 필요하다고 했다.

 

베이징의 외곽에서는 신도시 조성이 한창이었고, 베이징 공대도 창평지구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와 마찬가지로 구도심과 신도시간의 균형적 연계 발전방안이 과제라고 했다.

 

한반도의 거울 베이징

 

도시조성사업과 관련하여 경관디자인이나 저에너지건축물 등의 선진기법을 도입하고 싶어 했다. 급속한 도시개발로 인한 전통이 사라지고, 역사나 문화재 훼손을 수반하는 도시개발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었다.

 

개발과 보전, 신도시와 구도심, 혼잡과 속도 등 체제와 이념은 달라도 도시화가 초래한 과제들에 직면하고 있었다. 중국보다 앞서 도시화의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한국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것이 많았다. 나는 그 이유를 나름대로 추측했다.

 

1990년대 후반 중국이 ‘물권법’을 제정하면서 한국의 법제도를 연구했다. 당시 법제정 작업에 참여했던 중국사회과학원의 교수는 독일법과 일본법을 모두 검토했지만 한국법이 가장 자기들에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법이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문화와 도덕, 전통과 법의식이 바탕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에도 외국법을 토대로 한 도시계획, 환경, 교통, 문화재 등에 관한 법령과 지침들이 많다. 그러나 외국의 제도와 중국 현실 사이에는 거리가 있기 마련이다. 과연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 것인가.

 

첨단기법이 좋은 것인지, 전통을 가미한 기법이 좋은 것인지 선택을 해야 할 순간, 그 기준이 되는 사례를 한국의 경험으로부터 배우고 싶다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에게 공동연구를 제안하는 이유다. 그리고 실패의 경험을 통해 성공을 하고 싶다는 속내와 각오가 들어 있었으리라.

 

그러나 우리들의 관심사 가운데는 올림픽 이후 경기장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 하는 점에 있었다. 재정문제 때문에 아시안게임을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는 인천이다.

 

사후활용과 관련하여 걱정도 많다. 우리가 방문한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은 인공 눈으로 스키장을 만들기에 한창이었다. 건너편의 큐브 수영장은 워터파크로 변신해 있었다.

 

강추위에도 가족들이 수영복 차림으로 물놀이를 하고 있다. 반대편 수영장은 물을 빼고, 콘서트 장을 만들기 위해 공사 중이었다. 베이징 공대의 체조경기장은 BMW 쇼를 위해 무대를 만들기에 바빴다.

 

상호교류 통해 미래 도모해야

 

동행했던 연구진들이 말했다. 전임 안 시장 때 경기장 활용방안을 위해 카타르 등을 다녀왔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 경기장을 한 곳에 모아야 한다는 생각에 확신이 적었다고 했다. 인천은 어느 순간 균형발전 등을 내세워 경기장이 분산 배치되었다.

 

지금 와서 보니 경기장을 집중배치 했어야만 사후활용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금이라도 일부 설계의 변경 가능성이나 주변지역에 대한 연계 개발 방안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한국과 중국 그리고 북한의 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변모하는 세계의 심장 베이징이야말로 한반도의 거울이라는 점이다. 그것이 베이징의 속내를 접하면서 인천의 미래설계를 함께 도모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 민 배 인천발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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