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유산 보존이 시급하다

[문화카페]

아무리 세상이 꽉 막혀 있어도 발전된 현대문명은 세계 어느 곳이든 퍼져 나가게 되고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는 모양이다.

 

아프리카와 중동의 새로운 변화가 바로 모바일 시스템의 개발로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이고 북한에서도 이미 80만대 정도의 휴대폰이 보급됐다고 한다. 모바일 시스템은 이제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문명의 이기이자 문명의 출발점이 됐다.

 

아마도 지난 30년동안 우리의 생활과 사고의 변화는 인류의 역사상 그 모든 변화를 합하여도 그 양을 따라가지는 못할 것으로 생각된다. 구석기시대 하나의 이노베이션이 이뤄지는 것이 적어도 30만년이 걸린 것을 생각하면 적어도 만 배에서 수십만 배의 속도가 되는 셈이다.

 

우리는 과학을 교육하기 위해서 증기기관차, 원시비행기, 우주선, 전기개발장치 등을 과학관에 수집하고 전시한다.

 

조금 지나면 아마도 이러한 것들은 우리 세대가 구석기유물을 쳐다보듯이 관심이 줄어들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날 이 시대의 문화를 가르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박물관에 전시해야 할까? 바로 디지털 유산들이다.

 

디지털유산들은 단순히 그러한 유물들만이 아니다. 초기에 만들었던 ‘생각의 집’, 즉 웹 페이지와 같은 것들도 바로 디지털유산이다. 디지털로 표현된 생각이 바로 유산이 된다.

 

디지털로 표현된 생각이 유산

 

그런데 디지털기술들의 발전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기 때문에 우리가 조선시대의 백자 등과 같이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문화유산이 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유물을 수집할 수도 없을 것이다.

 

우리 문화재의 개념도 50년이라는 시간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그러한 개념으로 판단한다면 디지털유산의 수집과 보존은 국가적인 과제로 수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나중에 엄청난 경비를 지출해도 완전성을 구비하기 어려울 것이다.

 

백남준아트센터의 전시물 중에서 브라운관 모니터를 사용하는 것이 있는데, 작품의 내구연한이 차서 교체하기 위해서 이제는 동남아시아 등지의 나라에서 수입해야 할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우리 주위에서 수년전만 하더라도 흔히 볼 수 있었던 유리 브라운관 모니터가 어느 순간 납작한 텔레비전들로 바뀐 것이다. 휴대폰의 발전은 더욱더 빠른 속도이다.

 

수 년 전에 보편적으로 사용하던 2세대 폰은 이제 절멸시키지 못해 안달인 것이 현실이다.

 

지금 당장 수집 시작해야

 

이보다 더 관심을 둬야 하는 것은 바로 디지털 공간 속에 남아 있는 생각과 창조의 틀들이다. 웹페이지나 영상창조물 등의 디지털건조물들에 대한 평가와 수집도 대단히 중요한 작업 중 하나다.

 

우리가 오늘날에는 과거의 무형문화유산을 보존하듯이 이러한 디지털화한 생각의 형상들을 수집하고 보존해야 한다. 그래야 오늘날 멋진 사고들이 어떻게 진화해 온 것인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과거의 우스꽝스러운 형태의 웹페이지 구축 시도가 없었다면 디지털문화 자체의 발달 뿐 아니라 디지털기술의 발전에도 한계가 있었을 것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십여년 전에 전곡리구석기유적을 경기도가 가상현실로 복원해 보여주려고 했는데 오늘날의 기술로 보면 아마도 원시적이었을 것이다.

 

문화적인 욕구가 기술적인 한계로 잘 표현될 수 없었던 것이지만 오늘날에서는 영화 아바타에서 보듯이 가상현실이 새로운 예술의 세계로 승화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듯이 기술의 진화가 빠르게 일어나는데 과거의 가상현실은 오늘날로 발전하는 하나의 단계이자 초석으로서 디지털문화의 발달과정을 보여주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디지털기기와 콘텐츠들 역시 국가의 미래교육자산으로서 반드시 그리고 시급히 시작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다.

 

배 기 동 전곡선사박물관장, 국제박물관협의회 한국위원회 위원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