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인생> ‘레드모델바’ 김동이 대표
40대 중반의 나이에 삶의 여정을 롤러코스터로 오르내린 남자가 있다. 연예인을 꿈꾸는 순진한 대학생,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하루평균 200만원을 벌어들인 호스트바 ‘선수’이자 ‘마담’, 수천만원 사기와 수억원의 도박빚을 진 밑바닥 인생. 모두 전설의 ‘호빠선수’에서 여성전용 프랜차이즈 바(Bar) ‘레드모델바’대표로 우뚝 선 김동이씨(44)에 대한 설명이다.
룸, 팁, 스킨십, 2차 등 음주문화의 퇴폐성은 쏙 빼고, 꽃미남 친구들을 유지하면서도 건전한 여성음주문화를 일구며 성장하기까지, 김동이의 반전인생을 살펴봤다.
■ 사기와 도박으로 얼룩진 ‘호빠 선수’
연예인을 꿈꾸던 김 대표는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친구의 꼬임에 대학 2학년 당시 ‘우연히’ 호스트바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대학마저 그만두고, 서울생활을 시작한 그는 생활고를 해결하려 ‘선수’(호스트바 종업원) 생활을 시작한다. 어색하고 얼떨떨한 분위기도 잠시, 김 대표는 업계 최고 선수로 등극한다.
“저를 싫어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고, 저를 찾는 사람이 끊이질 않았어요. 제가 딱히 잘생겨서라거나, 재미있어서 그랬던 건 아니에요. 여성의 마음을 읽고, 이야기를 들어주며 따뜻하게 위로하려 했던 게 효과가 컸어요.”
연예인의 꿈을 포기하지 못한 김 대표는 삼천만원이면 드라마에 캐스팅될 수 있다는 에이전시 업체의 사기에 속아 빚을 지게 됐고, 그 돈을 갚기 위해 일본 호스트바로 건너가게 됐다. 구타와 욕설이 난무하는 세계에서 모욕감을 느끼지 않은 날이 없을 정도로 힘든 나날이었지만, 하루 천만원에 가까운 수익을 올리며 빚을 갚게 된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그는 서울 강남 일대의 밤 문화를 화려하게 수놓으며 ‘전설’로까지 불리는 상황에 이르지만, 도박으로 5억원을 탕진해 다시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 여성 음주문화, 음지에서 양지로
새 삶을 위해 시작한 사업이 여성전용 모던바인 레드모델바다. 호스트바 특유의 음산하고, 불안한 기운이 너무나 싫었다는 그가 유흥사업에 뛰어든 것은 ‘제대로 잘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
“제가 가장 잘하는 일이 여성의 마음을 읽는 거에요. 이 일은 잘할 자신이 있지만, 그 외에는 성공할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되, 음지에서 벗어나 양지로 나가자고 결심했죠.”
김 대표는 2007년 1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문을 연 이래 2008년 말 처음으로 분점을 개설, 5년만에 경기지역 성남, 수원, 일산을 비롯해 전국 19개 지점에 350명의 직원을 거느리는 CEO로 성장했다. 호스트바 문화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김 대표가 퇴폐적 유흥문화의 싹을 모조리 잘라내면서도, 꽃미남 바텐더를 기용해 여심을 사로잡는 사업전략을 펼쳤던 것이 제대로 먹혀들어간 셈.
손님과의 스킨십, 팁 문화, 번호 교환 등 사적인 접촉 등은 모두 금지로 하나라도 어길 시에는 바텐더를 그만둬야 할 정도로 규칙이 철저하다. 다소 밝은 실내와 룸을 두지 않은 인테리어는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손님과 바텐더는 바를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며, 합석은 할 수 없다. 보통 바와 비슷한 가격대로 주류를 판매하면서 대중화에 힘썼다. 덕분에 손님은 전문직 여성부터 일반 회사원까지 다양하다.
“처음에는 그래 봤자 호스트바 아니냐는 괄시 때문에 사업이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규칙을 엄격히 세우고, 철저히 지키면서 소문이 퍼졌고, 손님이 늘어 마니아층까지 생겼죠. 전국 19개 지점 중 적자를 보는 곳이 단 한 곳도 없습니다.”
■ 밝고 재미난 꽃미남 천국, 건전한 여성 음주문화 이끈다
실제로 바를 찾아보면 호스트바보다 모던바에 가깝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기존의 바와 다른 점이 있다면, 지점당 15명 안팎의 바텐더를 두고, 전 좌석이 바 테이블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점과 바텐더들이 배우 뺨치는 ‘미모’를 자랑한다는 점이다.
레드모델바에서 일하려면 키 178cm 이상, 전문대 이상의 학력, 준수한 외모 등을 갖춰야 하며, 호스트바 근무 경력이 없어야 한다. 요건은 다르지만, 들어가기 어렵다는 점이 대기업과 다를 바 없다. 꽃미남 천국으로 들어선 손님은 입을 열기도 전에 스트레스가 반쯤은 날아가 버린다. 적절한 선에서 꽃미남 마케팅을 활용한 것이 효과가 컸다.
바텐더는 한 사람당 30분 안팎으로 손님의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나눠준다. 100% 정규직으로 직급과 능력에 따라 연봉 1억원 이상을 받는 직원도 있다.
최지원 선릉역점 매니저는 “성실하게 일하는 만큼 급여가 보장되고, 부당한 것을 요구하지 않는 등 모든 바텐더에겐 레드모델바가 직장 개념”이라며 “손님의 상담가이자 친구 역할을 충실히 하는 바텐더가 있는 곳으로 레드모델바를 찾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향후 목표는 레드모델바를 중심으로 건전한 여성음주문화를 정착시키는 것. 대도시뿐 아니라 중소도시까지 지점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김 대표는 레드모델바를 “밝고, 재미있는 분위기에서 친절한 꽃미남 바텐더와 이야기를 나누며 가볍게 술 한잔할 수 있는 여성만을 위한 파라다이스”라고 정리하며 “ 지난 20여년의 호스트바 경력을 발판으로 양지에서 즐기는 여성음주문화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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