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천 아동문학가 인터뷰
조금은 모자라지만, 마음만은 넉넉한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가슴 따뜻한 동화를 써 온 윤수천 작가(71)가 신작 두 권을 내놨다.
고릴라를 닮은데다 굼뜨고 엉뚱해 따돌림을 당하는 항서의 이야기‘내 짝은 고릴라(이하 고릴라)’(계림북스·7천500원)와 어수룩하고 소심한 억수를 주인공으로 한 ‘꺼벙이 억수와 방울소리(이하 억수)’(좋은책어린이·8천500원)다.
작가는 가난과 괴롭힘으로 상처입은 아이들이 자신을 보듬어가며 다른 이와 어우러지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잊고 지낸 소중함을 고민케 한다.
더불어 사는 사회, 생명존중 등 다소 무거운 주제는 친절한 문체, 재치있는 삽화와 어우러져 따뜻하고, 재미있게 다가온다.
“내 마음속에는 항시 어린이가 있으니까. 또, 내가 거쳤던 어린 시절, 주위에서 만나는 아이들, 이 모두를 동화로 담아내는 거지요”
고희(古稀)를 넘겨서도 어린이의 시선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윤수천 작가.
74년 소년중앙문학상을 수상한 이래 아동문학가인생 40년을 바라보며 매해 1~2권씩을 꾸준히 펴낸 그는 지금까지 70여권의 동화를 썼다.
그간 한국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한국동화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아동문학가로 자리매김했다.
그치지 않는 창작열로 지난해 발간한 동화만 4월 ‘고래를 그리는 아이(시공주니어)’와 12월 잇따라 낸 ‘고릴라’와 ‘억수’까지 총 3권이다.
그의 이야기 속 어린이에게선 힘들고 아픈 가운데서도 밝고, 맑은 심성이 우러난다.
다리를 절뚝거리는 유기견을 가엾게 여기며 씻겨주거나(억수), 사고로 쏟아진 완두콩을 줍는 걸 돕느라 지각하는 모습(고릴라)은 사소하지만 따뜻한 시선이 묻어나는 부분이다. 공통점이 많은 주인공이지만, 이야기의 주제는 다르다.
‘억수’는 2007년 이래 우정, 환경, 꿈을 다뤄온 꺼벙이 ‘억수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다.
이번 신간은 버려진 유기견을 정성껏 보살피는 억수와,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억수의 생일을 맞아 나들이를 떠나는 가족 등 소소한 일화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과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아울러 그렸다.
긴 시간 독자들과 호흡해온 억수 시리즈는 첫번째 권인 ‘꺼벙이 억수’가 초등학교 2학년 말하기듣기 교과서에 실리며 널리 알려졌다. 이번 신작도 억수 시리즈를 좋아하는 동네 꼬마의 ‘네 번째 억수 이야기는 언제 나오느냐’는 질문에 구상하게 됐다고.
오물이 잔뜩 묻은 유기견을 들여다보며 마음 아파하고, 동물병원에 데려가 치료비로 돼지저금통을 내미는 등 엉뚱하고 순수한 억수의 모습은 팬을 ‘양성’할 만하다.
삽화는 억수 시리즈를 도맡아 그려온 원유미 삽화가가 맡았다. 커다란 앞니를 드러내며 강아지를 안고 환히 웃는 억수는 친구처럼 친근하게 다가온다.
한편, ‘고릴라’는 느릿하고, 뚱뚱해 반 아이들이 멀리하는 ‘항서’를 받아들이는 짝꿍 ‘세희’와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다. 반 아이들 모두가 꺼리는 항서와 짝이 돼 싫기만했던 세희가 친구들을 먼저 생각하면서도, 부딪힐 때는 한걸음 물러서 양보하는 짝꿍의 모습을 보며 조금씩 어울려가는 과정을 담았다.
5년 전 ‘잘가! 고릴라’(섬아이)라는 제목으로 펴낸 책에서 슬픈 결말이었던 것을 밝은 내용으로 각색하면서 보다 재밌게 읽어내려갈 수 있도록 했다. 항서의 깊은 배려와 순박한 마음을 느끼며, 서서히 다가서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다 보면 절로 미소가 배어난다.
“행복은 상황이나 여건보다는, 따뜻한 마음에서 비롯되는 거에요.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나를 사랑하고, 또 친구를 사랑하며 어울려 지내는 마음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느리고 어수룩한 어린이가 들려주는 지나치기 쉬운 소중함에 대한 이야기는 어린이는 물론 성인 독자에게도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하는 힘이 있다.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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