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성보호법 개정안에 ‘졸속’ 비판
지난해 12월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개정안’이의료계에서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성범죄자 취업제한 직종에의사 등 의료인이 포함돼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는 향후 10년간 의료기관에서 일할수 없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성범죄의 경중에 관계없이 10년 면허정지는 가혹하고, 법을 악용하는사람들 때문에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으며, 의사들이 환자와의 신체 접촉을꺼리는 방어진료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반발했다. 의료 전문가들도 법의 취지에는공감하지만 지나치게 감정에만 치우친 법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일단 법부터 만들고 보자?
이명진 의료윤리연구회장은 25일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개정안’에 대해“법 취지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감정에 호소하는 공포조성법이자 아마추어리즘의극치”라며 비판했다.
이 회장은 “미국, 캐나다, 영국 등은 의사면허 관리기구가 있어 별도의 기능을하고 있다”며 “관리기구에 의사뿐 아니라 공무원, 법률가, 시민단체, 환자대표등 다양한 사람이 참여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리기구를 통해 해당 의사가 소명할수 있는 기회를 주고, 사안의 경중에 따라 처벌 수위를 결정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고려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 “최근 아동·청소년 성범죄에 대한 국민 분노가 커지자 검토 없이 만든인기영합주의적인 법”이라며 “지하철로 출퇴근 하다가 성범죄자로 오인 받아면허가 정지될 수 있다면 의사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보문 한국의료윤리학회장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충분한 검토 없이 법만 만들고보자는 식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최 회장은 “의사만큼 사람 몸을 만질 수 있는권리를 가진 직업도 드물다”며 “의사가 성폭력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것인지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한 행동인지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의료진 성범죄와 관련, 해외 사례나 기구를 자세히 분석하고 의사, 법률전문가, 시민단체 등 다양한 사회의 목소리를 들어본 다음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강조했다.
“무조건 안 돼”, “법부터 만들자” 둘 다 문제
의협은 이와 관련해 11일 열린 상임이사회에서 여성가족부에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의 개정을 요청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위헌법률심판 제청도 검토하겠다고밝힌 상태다.
그러나 이 같은 개정 요구는 자칫 ‘의사는 성범죄를 저질러도 진료할 수 있도록해달라’는 요구로 비칠 수 있다. 과거 ‘수면내시경 성폭행 사건’때도 ‘의사 면허를취소하라’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의협은 ‘이중처벌’이라며 해당 회원을 무조건감싼 전력이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할 수밖에 없다.
‘무조건 안 된다’는 주장이나 ‘법부터 만들고 보자’는 대응 자세나 모두 문제가있다. 해외 사례를 자세히 검토하고 이해 관련 당사자들과 전문가 등 많은 사람이함께 고민해 우리 실정에 맞는 법을 만들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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