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면적 40㎡ 이하 주택 부채비율 80% 이하 등 현실과 안맞는 지원조건 전세대란속 집주인들 꺼려
“지원대상에 선정되면 뭐하나요, 발에 땀나도록 집을 구하러 다녀도 제가 살 수 있는 집은 어디에도 없네요.”
아주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C씨(25)는 지난 20일 LH가 발표한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지원대상자 명단에 포함됐다. 학교주변 원룸에서 월세로 살다 이제는 전셋집으로 옮길 수 있다는 기쁨도 잠시. 발표 직후부터 인근 부동산을 돌아다니며 전셋집을 물색했지만 돌아온 것은 ‘매물이 없다’는 차가운 답변 뿐이었다.
학교에서 차로 20~30분 떨어진 동네까지 알아보다 간신히 맞는 곳을 찾아 계약을 앞둔 C씨는 이번에는 설 연휴가 지난 후 돌연 집주인으로부터 ‘일반 전세 계약건이 들어왔다’며 거절당하는 일까지 겪었다.
C씨는 “아주대에서만 100명이 선정된 걸로 아는데 다들 집을 못 구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며 “차라리 대학에서 기숙사를 짓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훨씬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대학생들의 주거난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사업이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으로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전세대란 속에 월세가 대부분인 대학가 주변에서 매물을 찾기 힘들 뿐더러 사업시행자인 LH의 조건에 부합하는 전셋집은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원을 받으려면 전용면적 40㎡ 이하 주택으로 오피스텔은 바닥 난방이 돼야 하고 해당 주택의 부채비율이 주택가격의 80% 이하여야 한다. 두 가구로 분리한 불법 개조 주택이나 고시텔도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또 중간에 군입대 등의 사유로 방을 빼거나 계약이 만기되면 다음 세입자가 없더라도 무조건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점도 집주인들이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경희대 국제캠퍼스 부근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Y씨는 “고시텔이나 융자가 끼어 있는 곳이 많아 실제 계약이 가능한 곳은 극소수”라며 “또 대학생 전세임대가 아니더라도 전세가 잘나가는 와중에 LH의 승인이 날 때까지 기다려줄 집주인도 없다”고 잘라말했다.
용인 단국대와 강남대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현재 계약체결이 한건도 없다”며 “임대차현황까지 공개하도록 돼 있어 조건이 맞는 집주인들도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수원 원천동의 부동산 관계자는 “상황이 이렇다보니 원래 5천만원 정도인 전세금을 LH의 수도권 지원한도인 7천만원까지 올려 받겠다는 곳도 나오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LH경기지역본부 관계자는 “새학기를 앞두고 방을 구하려는 학생들이 몰리면서 문제가 더 커진 것 같다”며 “가입요건 중 부채비율을 완화하고 주택물색이 쉽도록 공인중개사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대학생을 연결해주는 등의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예리기자 yel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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