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추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지난 9일 북경에서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한·중 FTA 추진에 공감하고, 국내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협상을 개시한다는 데 합의하면서 연초부터 중국과의 FTA 협상문제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정부는 아직 양국간 FTA 협상 출범 시기는 정해진 바 없으며, 농수산업 등 민감분야에 대한 사전합의 후 단계적으로 협상을 진척시킨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모양새는 오히려 정부가 조만간 중국과의 FTA협상을 공식 출범시킬 수도 있겠다는 우려를 갖게 한다. 왜냐하면 2006년 2월3일 미국과의 FTA 협상을 공식 선언하기 직전까지도 정부는 아직 확실히 합의된 바가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였으나 전격적으로 협상을 출범시킨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향후 중국과의 FTA체결은 다른 국가와의 FTA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은 미칠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과의 FTA 체결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 예상되는 분야는 농수산업이다. 중국은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거의 모든 농수산물이 생산하고, 우리보다 훨씬 저렴한 노동 및 토지비용으로 인해 대부분의 주요 농수산물에 있어서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 미칠 것

 

따라서 한·중 FTA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한ㆍ중 FTA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폭넓고, 심도있는 국민여론의 수렴과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손해를 보는 취약산업부문의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효과적 협상전략을 미리 만들고, 국내대책을 사전에 수립해야 한다.

 

FTA 협상은 근본적으로 상대국과의 대외협상이라는 측면과 함께 국내 이해부문간 대내협상이라는 양면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중국과 같은 거대경제권 국가와의 FTA 협상은 이익그룹과 손해그룹이 사전에 뚜렷이 부각됨으로써 FTA 체결로 부정적 영향을 받는 취약부문의 반발 가능성이 높다.

 

이에 FTA 정책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사전에 주도적으로 피해산업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이해관계인을 설득하는 노력을 통해 취약산업의 우려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 한·미 FTA 협상에서 이해관계자에 대한 사전 설명 및 의견수렴절차가 미흡한 상태에서 협상개시를 전격 발표함에 따라 협상기간 내내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국내적 논쟁에 대응해야 했던 경험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농수산업부문에 대한 사전대책 마련은 한·중 FTA 추진의 선결조건이다. 중국과 일반적 의미의 FTA를 체결하고 대다수 품목에 대해 관세를 철폐할 경우 중국산 농수산물의 수입 급증으로 인해 국내 농수산 생산기반이 붕괴될 정도의 충격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대책 마련 후 신중히 추진해야

만일 효과적인 사전대책 마련 없이 중국과의 FTA 협상이 이뤄질 경우, 이는 궁극적으로 농어촌경제의 피폐로 이어져 향후 이를 회복하기 위해 막대한 국가재정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농어업부문에 대한 철저한 협상전략 및 사전적 국내대책을 마련한 후에 중국과의 FTA를 추진하는 것은 협상과정에서 나타날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최소화한다는 예방적 차원뿐만 아니라 국내수용능력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ㆍ중 FTA 추진은 지금까지 우리가 체결한 FTA와는 다른 각도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으며, 대내적인 수용능력을 감안하더라도 보다 심도있는 여론수렴과 산업별 면밀한 영향분석, 그리고 사전대책을 보다 공고히 마련한 후에 신중히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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