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법규·관리 허술 틈타 ‘방만경영’
경기수원외국인학교의 운영권자가 100억원 가량의 공금을 유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이는 외국인학교에 대한 관련 법규와 협약이 허술했기 때문으로 드러나면서 일선 외국인학교에서의 방만경영이 도마위에 올랐다.
이에 정부에서는 대대적인 회계감수에 착수하는 한편, 향후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마련에도 분주하다.
정치계에서도 방만한 회계운영을 하는 외국인학교에 대해 관리감독 근거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방만운영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기수원외국인학교 운영권자 ‘공금유용’
경기수원외국인학교 운영권자 ‘공금유용’외국인학교의 방만운영 실태는 경기수원외국인학교의 운영권자인 펀랜드 총감이 이 학교 교비 108억원 가량을 대전국제학교 이전비용으로 사용한 정황이 드러나면서부터 시작됐다.
펀랜드 총감은 108억원을 대전국제학교 이전비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60억원 가량을 미국의 헤지펀드회사인 K사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게 됐고, 이 때문에 학교의 파행운영이 현실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식경제부는 이 같은 민원이 잇따르자 지난해 말 경기수원외국인학교에 대한 회계감사에 착수했고, 교비가 유용된 정황을 경기도교육청에 넘겨 보다 구체적인 감사를 요청한 상태다.
지경부는 이 같은 문제를 밝혀낸 이후 건립비 등 예산을 지원했던 대전국제학교와 수원외국인학교 외에 한국외국인학교(판교), 경남국제외국인학교, 서울용산국제학교, 부산국제외국인학교, 광주외국인학교, 대구국제학교 등 전국 6개 학교에 대해서도 감사를 확대, 실시 중이다.
지경부가 지원한 금액만 500억원, 지자체와 대응지원을 한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학교가 지원받은 금액만 1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 만큼 정부는 방만 운영을 바로잡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250억원을 지원받은 수원외국인학교의 경우 이에 대한 법적공방을 준비 중이며, 36억원을 지원받은 판교 한국외국인학교는 정부의 회계감사를 거부하고 나서면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교육당국 허술한 관리도 한몫
문제의 핵심은 수십~수백억원씩 예산을 지원했음에도 관리에는 뒷짐을 져온 정부와 교육당국이다.
특히 허점투성인 관련 법규와 협약 때문에 이 같은 상황이 벌어져왔다.
정부는 외국인학교에 대한 투자가 시작된 2003년부터 회계관리에 대한 단 한차례의 감사도 벌이지 않은데다 외국인학교를 규제할 법규와 관련 협약도 허술,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외국인학교는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라 건축비 등의 예산을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지원받고, 관할 교육청에서 초중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 외국인학교 등의 설립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라 설립인가를 받아 운영 중이다.
하지만 국내 일반 및 사립학교와는 달리 외국인학교의 회계운영 부분에는 자율성만 보장한 채 관리감독에 대한 규정을 두지 않았다.
실제 초중등교육법 60조2항에는 외국인학교에서 학교 수업 운영 뿐만 아니라 학교회계의 설치 및 운영에 대해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관리감독 주체는 지정하지 않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국내학교는 학교 내에 운영위원회를 설치해 회계를 감사하고 관할교육청에서 감독하도록 명시돼 있다.
교육당국은 다만 사립학교법(29조)과 공통적용해 학교 교비를 다른 회계로 전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학교 측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박, 법적공방으로 치닫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인학교에 투자 시작된 2003년부터 회계관리 감사
단 한차례도 없어 규제할만한 법규·관련 협약도 허술
게다가 100억원 가량의 공금유용 의혹이 불거진 수원외국인학교의 경우 경기도와 수원시가 3자 협약을 맺었지만 이 협약서에는 학교 측에서 인적·물적 자원을 관리하도록 명시만 했을 뿐, 회계관리는 빠져 있었다.
또한 회계책임 여부도 명시돼 있지 않아 이 학교 운영권자의 개인 자금문제가 학교 측의 파행운영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여기에 수원학교는 지난 2007년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기부파티를 연데 이어 매년 4천여만원씩 기부를 강요하고 있어 일부 학부모들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정부·정치권 뒤늦은 대책마련 고심
정부·정치권 뒤늦은 대책마련 고심정부는 10여년 만에 ‘이제라도 바로잡자’는 취지에서 외국인학교의 방만운영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정치계에서는 외국인학교 회계운영을 관리감독하는 근거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외국인학교 방만운영 실태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지 주목되고 있다.
예산을 지원했던 전국 8개 외국인학교에 감사를 확대하고 있는 지식경제부는 예산지원 축소방안을 검토 중이며, 교과부와 협조해 회계 점검 모델을 마련하기로 했다.
외국인학교에 대한 설립인가를 내주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도 지경부로부터 회계감사 결과를 통보받는데로 외국인학교 전반에 대한 추가 실태를 파악한 뒤 학교운영과 회계를 구분해 규제하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특히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안민석 의원(민·오산)은 지난2009년 대통령령으로 제정된 ‘외국인학교 등의 설립운영에 관한 규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 교과부에 외국인학교 회계운영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교과부는 이를 접수하는 데로 대통령령 제정을 검토할 예정이다.
또 교과위 조전혁 의원(한·인천남동)이 지난해 2월 발의한 사립학교법 개정안 통과도 주목되고 있다.
현재 상임위에서 계류 중인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개인 또는 법인이 학교운영자인 외국인학교는 회계법인에서 연차별 감사를 받은 뒤 교육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안민석 의원은 “외국인학교의 구체적인 운영 근거를 마련하는 설립규정(대통령령)을 개정해 방만한 회계운영에 대한 관리감독이 시급하다”며 “이를 위해 교과부에 대통령령 개정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과부 관계자는 “지경부의 감사결과를 접수받아 전면적인 실태파악을 벌일 것”이라며 “이후 관련 근거를 마련해 더이상 외국인학교의 방만한 회계운영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경부 관계자도 “구체적인 감사진행 상황은 밝힐 수 없지만 이번을 계기로 외국인학교의 회계운영 문제를 바로잡고, 앞으로 외국인학교의 회계 관리를 어떻게 해 나갈지 교과부와 협의해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_ 박수철·오영탁 기자 yto@kyeonggi.com 사진 _ 김시범 기자 sb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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