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산사를 찾아서-속리산 법주사

삼한사온처럼 한 며칠 잘 지내고 한 며칠 분란하며 스스로 피폐했다. 삶이 다 그런 걸까? 가끔 세상을 일탈할 피난처를 찾고 싶을 때가 있다. 시외버스를 타고 내 마음의 망명지 고향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겨울 산사에 들렸다. 속리산 법주사. 정이품 노송이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한쪽 어깨를 잃은 채 소침해 있다.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팔상전에 새삼 감탄하고, 국보 5호 쌍사자 석등에 오랜 것에 대한 경외감과 내공을 느낀다. 대웅전 삼존불 앞에 무릎 꿇고 참회할 때 등을 쓰다듬는 부처의 손길이 따뜻이 전해온다. 적요한 산사는 찬바람에 일렁이는 풍경소리만 ‘뗑그렁-’ 긴 여운을 흔든다. 나무관세음 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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