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문화재단, ‘한시로 읽는 경기’ 출간

‘비옥하고 풍요로운 기전 천리/ 안팎의 산과 물은 백이로구나/ 덕교에다 형세마저 겸하였으니/ 천 년의 역년을 기약하도다.’

 

한양을 도성으로 정한 이후 삼봉(三峯) 정도전이 쓴 ‘진신도팔경시’(進新都八景詩·신도 팔경의 시를 올리다) 중 경기지역의 풍경을 노래한 ‘기전산하’(畿甸山河·경기의 산하)의 전문이다. 삼봉은 이 시에서 경기지역을 풍요롭고 안팎으로 견고하게 산과 물이 둘러져 있어 천 세기를 기약할 수 있는 땅이라고 읊었다.

 

옛부터 한양 인근인 경기지역에 터를 잡고 살아온 수많은 학자와 문인들은 자신의 예술적 감성과 지식을 바탕으로 ‘경기’를 노래했다. 때문에 이들이 남긴 시구 하나하나에는 경기도 각 지역의 역사와 경관이 담겨있다.

 

경기문화재단이 이런 한시(漢詩)들을 모아 정리·분석해 책 ‘한시로 읽는 경기’를 펴냈다.

윤석산 한양대 한국언어문학과 교수를 비롯해 김상진·이홍식·박은정 등이 공동집필한 책에는 조선시대 4대 문장가로 알려진 장유·이식·신흠·이정구의 작품과 함께 620여편의 한시 및 기문(記文)이 실렸다.

 

책속에는 율곡이 여덟 살 때 해가 지고 둥근 달이 떠오르는 모습을 보며 ‘산이 달빛을 토해낸다’고 표현했던 팔세부시(八歲賦詩)와 선조 때 문인 최경창과 기생 홍랑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정약용이 15세 때 한양의 처자에게 장가들고자 배를 타고 가면서 쓴 시 등이 소개됐다. 경기도를 배경으로 한 선현들의 애달픈 감정의 기복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관련 110여장의 사진자료도 함께 수록됐으며, 도내 시군을 동부·서부·남부·북부로 나누어 편집했을뿐만 아니라 1995년까지 경기도에 속했던 강화도가 포함됐다. 값 2만5천원. 구입 문의 (031)231-7262

 

윤철원기자 yc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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