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부동산 시장이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경기는 서울 강남, 경기도 분당 등 인기 주거지역이 항상 지렛대 역할을 한다. 최근 이들 인기 지역들에 대한 집값이 조금씩 내리고, 치솟던 전세값도 다소 안정이 되고 있다.

 

집값의 안정은 내집 마련을 목표로 하는 서민들에게는 희소식이지만 최근의 집값 안정 또는 하향은 부동산 경기 특히 아파트를 중심으로 하는 주택 경기 자체를 꽁꽁 얼어붙게 하고 있다.

 

주택 거래가 뜸하므로 주택에 관련한 소유권의 이전이 활발하지 않아 변화가 없는 듯하지만 조금 들여다보면 현재 주택시장에 관련해 상당한 본질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먼저 국민들이 원하는 주거단지가 변화하고 있다. 즉, 버블 세븐 지역에 대한 선호도가 상당히 완화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선호도는 최근 특목고의 인기 변화, 자율고의 대거 신설, 고교 선택제 실시, 대학의 수시입학 확대, 고교내신성적 중요도 증가, 수능시험의 난이도가 쉬워진 점 등등에 기인한다.

 

소위 학군수요가 많이 약화되는 것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2000년대 초의 부동산 값 폭등의 주범이 학군수요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결자해지라 할 수 있다.

 

부촌 지도도 바뀌고 있다. 반포동이 압구정동 아파트 값을 능가하고, 판교가 분당을 대체하는 새로운 부촌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는 이제 더 이상 목좋은 곳의 노후 아파트 재건축이 로또가 되기 어렵다는 기대의 포기가 많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부동산 변화 일시적 현상 아냐

 

주택 시장의 경기와 선호도가 달라진 데에는 서울시장이 바뀌면서 뉴타운 개발을 억제하고, 아파트 재건축과 한강변 아파트에 대한 달라진 정책을 적용하는 등이 큰 원인 중 하나이다. 그러나 주택에 대한 이러한 변화는 향후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나아가 대통령이 어느 정당에서 나와서 수도권이나 전국적 주택정책이나 교육정책이 바뀌느냐에 따라 다소 영향을 받겠지만 몇가지 시대적 경향은 확실히 자리잡을 것 같다.

 

먼저, 현재 인구는 줄어들고 있지만 주택은 계속 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은 2010년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102%에 이르고 있다. 많은 국민이 거주지로 선호하는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97%, 경기도는 100%로 전국에 비교해도 크게 나쁘지 않다.

 

선진국 수준의 주택보급률이 110%를 보통 넘어간다고 하지만 2기 신도시, 세종시, 혁신도시 등에서 추진되고 있는 막대한 주택공급은 선진국 수준의 수요 공급을 쉽게 달성할 전망이다. 오히려 지역별로는 이미 공급과잉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부동산 변화를 주목하자

 

취학연령이 줄고 노령화도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절대적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것도 큰 변화이지만 인구구조가 재편되는 현상이 가속화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즉, 학교입학 인원은 감소되고 있고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사교육 감소와 교육과 주거환경의 연결고리를 끊고자 하는 정책은 지속될 전망이라 학군 수요가 다시 심해질 가능성은 적다.

 

또 경제적 능력이 약화되는 노년층이 생활비가 많이 드는 버블 세븐 지역에서 고가 아파트를 계속 붙들고 있어야 될 필요성이 점차 낮아질 것이다.

 

계속 확대되고 있는 수도권에서 교통 혼잡을 감안하면 GTX나 새로운 고속도로에 얼마나 쉽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같은 수도권에서도 인기가 달라질 것이다. 이젠 직장과 거주지의 단순 직선거리가 아닌 이동의 필요와 이용할 교통수단에 따른 생활공간 개념이 더 중요할 것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나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경제위기가 모두 부동산 시장의 버블의 붕괴가 중요한 원인이었다. 우리 경제에서 부동산 버블에 대한 논란은 활발하지만 버블이 붕괴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이제 글로벌 경제위기를 벗어나고자 꿈틀대는 지금 버블의 붕괴를 걱정하기보다는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근본적 변화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희상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