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입니다. 60년만의 추위라더니 기세등등하던 동장군도 자연의 이치 따라 멀찍이 물러났습니다. 봄을 맞는 우리의 마음을 표현한 노래 중에서 가수 이정선의 ‘봄’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저 넓은 들판에 파랗게 새봄이 왔어요. 가로등 그늘 밑에도 새봄이 왔어요. 모두들 좋아서 이렇게 신바람 났는데 아이야 우리 손잡고 꽃구경 가자구나. 한 방울 두 방울 내리는 봄비를 맞으며 개나리 진달래 잠 깨어 모두들 노래 부르네. 봄 봄 봄 봄 봄이 왔어요. 우리의 마음속에도 봄 봄 봄 봄 봄이 왔어요. 봄이 왔어요.”
이 ‘봄’이라는 노래를 듣고 있자면 소납은 마음에 생기와 희망이 생깁니다.
그런데 봄을 슬프고 아프게 노래한 경우도 있습니다.
황금찬 시인의 ‘보릿고개’라는 시가 딱히 그렇습니다.
‘밑에서 / 아이가 울고 있다. / 아이가 흘리는 눈물 속에 / 할머니가 울고 있는 것이 보인다. / 할아버지가 울고 있다. / 아버지의 눈물, 외할머니의 흐느낌, / 어머니가 울고 있다. / 내가 울고 있다. / 소년은 죽은 동생의 마지막 / 눈물을 생각한다. / 에베레스트는 아시아의 산이다. / 몽블랑은 유럽, / 와스카란은 아메리카의 것, / 아프리카엔 킬리만자로가 있다. / 이 산들은 거리가 멀다. / 우리는 누구도 뼈를 묻지 않았다. / 그런데 코리아의 보릿고개는 높다. / 한없이 높아서 많은 사람이 울며 갔다. / … 굶으며 넘었다. / 얼마나한 사람은 죽어서 못 넘었다. / 코리아의 보릿고개, / 안 넘을 수 없는 운명의 해발 구천 미터 / 소년은 풀밭에 누웠다. / 하늘은 한 알의 보리알, / 지금 내 앞에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 없다.’
중년의 나이라면 대게가 겪었을 어린 시절의 기억이 아닐까 합니다.
독자 여러분은 지금 어떤 봄을 맞고 계십니까?
요즈음 여러모로 살기가 어려워져서 마음이 편치 않으신 분들이 적지 않겠지만 그래도 이제는 ‘보릿고개’ 만큼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 북녘 땅에는 봄만 되면 아직도 ‘보릿고개’의 삶을 살아야 하는 우리의 피붙이들이 있습니다. 그 수가 무려 610만명, 북한의 인구의 1/4이나 된다고 합니다. 이들은 갓난아이부터 중학생까지의 아이들, 임산부와 산모, 혼자 사는 노인, 장기 요양하는 환자, 장애인들입니다. 일반 주민들은 텃밭 농사나 장마당 보따리 장사 등을 통해서 그나마 연명할 수 있는 식량을 구할 수 있지만 이들은 배급이 아니면 식량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식량난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제일 많이 받는 사람들입니다. 더더욱 이들의 문제가 심각한 것은 이들 중 2/3인 400만명이 식량 수급이 가장 불안정한 함경도, 자강도, 양강도 등 북동부 지역에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한마디로 북한 정부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하고 남한의 인도적 지원사업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버림받은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의 북송에 대해 국내에서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만 이처럼 ‘버림받은’, 자신의 삶에 대해 아무런 선택을 할 수 없는 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부처님께서는 ‘자타불이’, 나와 남이 둘이 아니라는 가르침을 주셨고 예수님께서는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를 들어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이 가르침을 삶의 등불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 앞장서서 ‘버림받은’ 우리의 피붙이들에 대해 관심과 나눔을 아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래서 올봄은 사람들의 마음에 희망을 싹틔우는 그런 봄이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영담 조계종 총무부장·불교방송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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