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인생 60년' 무대 펼치는 조흥동 도립무용단 예술감독을 만나다

걸음걸이는 사뿐 하지만 손에 쥔 부채는 절도있게 폈다 접힌다. 느릿하게 리듬을 타다가도 박력 있게 몸짓을 이어간다. 흥과 아련함이 뒤섞인 아리송한 표정, 손끝과 발끝에도 긴장감이 서려 있다. 한국무용의 대가(大家) 조흥동(71)의 한량무다.

 

춤 인생 60주년 기념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한창인 조흥동 경기도립무용단 예술감독을 만났다. 와이셔츠에 정장 바지 바람으로 춤을 추던 그는 “의상은 수선실에 다시 보냈다”며 “뭘 입었건 관계없이 늘 춤춘다”고 소탈하게 웃었다.

 

조흥동은 전통춤의 남성화를 꾀하며, 새로운 춤사위를 개척해온 한국무용의 대가다. 특히 남성춤의 대명사 ‘한량무’는 조흥동의 명무로 꼽히며 ‘담백미와 절제가 조화를 이룬다’는 평이다. 1962년 본격적으로 춤 무대에 오른 이래 지금까지 150여 회의 작품에 출연하고, 30여개 작품을 안무했다. 무용 외길을 걸으며 한국춤의 표현영역을 확대한 것은 그의 굵직한 공적으로 꼽힌다. 이번 공연에서는 한량무, 초립동 등 아홉 가지 춤이 무대에 오른다.

 

이천 출신으로 누나만 위로 넷을 둔 그는 9살 때부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유성기에서 노래가 나오거나, 굿판이라도 벌어지면 춤추기 바빴다. 중학교 1학년 서울로 유학 오고 나서는 무용연구소에 다니며 본격적으로 춤을 배웠다. 부모님이 판검사가 되라며 입시학원비로 부쳐주는 돈은 무용연구소 교습비로 고스란히 나갔다.

 

여학생들만 가득한 연구소에서 까까머리 남학생은 단연 ‘돋보였’ 다. 서라벌예대에 남학생으로는 유일하게 무용전공으로 입학하고 나서도 ‘남자가 무슨 춤이냐’는 수군거림은 그친 적이 없었다.

“수줍음도 많고, 소심한 성격인데 이상하게 춤만 추면 그런 게 없어지더라고요. 팔자 같아요. 손가락질당하고, 놀림받아도 춤을 안 출 수가 없으니까.”

 

여성 일색의 무용계에서 남성 무용가로 자리 잡는 과정은 수월치 않았다. 학창시절부터 30대까지는 전국 방방곡곡 전통춤 대가를 찾아다니며 춤을 배웠다. 17명의 스승에게 사사한 춤사위가 수천 가지에 이른다. 이를 바탕으로 전통춤의 표현영역을 확대해 나갔다. 특히, ‘남자는 왜 춤추면 안되냐’는 반발심은 박력과 절도가 있는 남성무 창작으로 이어졌다.

 

이번 공연에서 음악을 맡은 사람은 13명이다. 보통 4~5명 규모를 세배로 키워 전통악기를 모두 모았다. 9살에 처음 배운 초립동과 60년간 갈고 닦은 한량무는 조흥동의 춤 인생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처음과 끝이다. 이 외에도 그가 12년째 몸담은 경기도립무용단의 무용수들도 함께 무대에 올라 풍성한 공연을 꾸린다.

 

“제 인생은 춤사위를 익히고, 표현하고, 만들어내는 과정이었습니다. 60년 세월을 담아 정식 전통춤이 어떤 것인지 보여드리겠습니다.”

 

공연 ‘조흥동의 꿈의 세계’는 9~10일 이틀간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볼 수 있다. VIP/5만원 S석/3만원 A석/1만원. 문의 3668-0007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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