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월이면 한중 수교 20년을 맞는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국가간 관계에 있어서 20년은 적지 않은 시간이다. 20년 동안 한중관계는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한 역동적인 양자관계’가 됐다. 양국 교역액은 수교 당시(64억 달러)보다 30배 이상(2011년 2천6억 달러) 증가했고, 인적교류 역시 1992년 13만명에서 2010년 595만명으로 46배 늘었다.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의 절반 가량이 중국 국적이고, 중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한국인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한중관계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 이유는 지리적 인접성과 문화적 유사성, 경제적 상호보완성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중국의 풍부한 인적ㆍ물적 자원, 거대한 내수시장과 한국의 기술 및 산업경쟁력 등이 결합해 상생(win-win)의 협력관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렇다면 성년에 접어든 한중관계는 서로를 잘 이해하고 존중하는 친구사이인가?
외형상으로 볼 때 경제통상 분야에서는 양국경제의 상호보완성에 기초한 협력 공간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고, 최근에는 한중 FTA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비록 한국의 대중(對中) 무역흑자와 중국진출 한국기업의 무단철수 문제, 중국기업과 한국기업의 국제무대에서의 경쟁 등이 양국 경제관계의 갈등요인으로 존재하고 있지만 이미 ‘G-2’로 부상한 중국은 우리에게 필요한 ‘시장’과 ‘자원’을 제공하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한중 양국의 외교안보, 사회문화 분야에서 갈등 혹은 마찰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고, 최근에는 좀 더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2008년 한중 정상은 양국관계를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킴으로써 소위 ‘북한문제’와 같은 지역적 현안은 물론 글로벌 이슈(환경, 테러리즘 등)에 대한 ‘전략적 협력’이 가능하도록 합의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특히 천안함ㆍ연평도사건을 거치면서 오히려 북한문제와 한미동맹을 둘러싼 중국과 한국의 인식 차이를 더욱 많이 실감했다. 여기에 탈북자 북송 문제와 중국어선의 서해 불법조업 문제를 둘러싼 한중간 심각한 갈등을 거치면서 힘 센 이웃인 중국에 대한 우리의 ‘경계심’과 ‘우려감’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이 밖에도 동북공정(東北工程)이나 청사공정(淸史工程)과 같은 역사문제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같은 문화원조 논쟁 등을 둘러싼 갈등은 언제라도 수면위로 나타날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 물론 양국의 상이한 이념과 체제 등으로 양국간 마찰이나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렇다면 우리의 관심은 이제 이러한 양국 갈등의 근원이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모아져야 할 것이다. 그동안 학계와 정부차원에서 진정한 의미의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위한 방안들이 논의됐고 한중 양국의 전략적 소통 강화, 한미동맹과 한중관계의 조화, 사회문화교류 확대 등과 같은 해결방안이 제시됐다.
그러나 성년에 접어든 한중관계가 진정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친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오히려 그동안 양국이 오해와 편견을 갖고 상대방을 대하지는 않았는지, 갈등이나 마찰 발생 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자 노력했는지, 상대방의 핵심이익을 침해하는 발언이나 행동을 하지 않았는지 등을 반문해 봐야 한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차이나 파워’의 증대와 김정일 사후 한반도 주변 정세의 불확실성 등으로 한중관계는 더욱 복잡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한반도 운명은 힘 센 이웃인 중국과의 관계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한중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갈등의 성격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양국이 진정한 친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각자가 서로에 대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명제를 명심해야 한다. 즉, 상대방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이해하고 존중함으로써 오해와 편견을 없애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지난 20년간 이룩한 한중관계의 비약적인 발전을 기반으로 새로운 20년의 도약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신종호 경기개발연구원 통일ㆍ동북아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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