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S고교, 수련회 명목 학부모 동의없이 강행… 학생들 힘든 훈련에 반발
성남 S고등학교가 학생들과 학부모의 동의도 없이 수련회 명목으로 무리하게 해병대 체험을 실시하다 수십명이 산으로 도망가는가 하면 주먹다짐까지 일어나는 등 말썽을 빚고 있다.
8일 성남 S고등학교와 학생 등에 따르면 신입생 400여명은 지난 2일 입학식을 한 뒤 5일부터 7일까지 A수련원에서 2박3일간 바닷가 입수 등 각종 극기훈련을 하는 해병대 체험을 했다.
그러나 수련회를 가는 것으로 알고 있던 학생들은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해병대 마크에 당황하며 ‘섬에 놀러간다고 하고 왜 여기왔느냐’, ‘돈 내고 왜 고생해야 하냐’, ‘이런데 오는 줄 알았으면 안왔다’ 등 각종 불만을 터뜨렸다.
이윽고 핸드폰을 압수당하고 강한 통제가 시작되자 학생들의 불만은 고조됐고, 엎드려 뻗쳐 등 각종 군대식 훈련에 힘겨워했다.
또 추운 날씨에 바닷가 입수를 강요하는 등의 해병대식 훈련을 받은 학생들은 다리에 알이 배기는 등 육체적 고통과 함께 미처 마음의 준비조차 못해 집단 반발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훈련 첫날인 5일 6명의 학생들이 화장실 창문을 통해 캠프를 벗어났고, 6일에는 23명의 학생들이 힘든 훈련을 견디지 못해 산으로 도망을 치는 등 관리 부실로 더 큰 사고위험에 노출되기도 했다.
훈련 마지막 날에는 학생들간에 주먹다짐이 벌어지기도 했으며, 교사 중 한명은 술에 취해 교관들에게 행패를 부리는 등 바람 잘 날 없이 사고가 연이어 터졌다.
이와 함께 숙소내에 있던 학생들의 가방과 물건, 100만원 가량의 현금과 지갑이 없어지는 절도사건까지 발생했다.
특히 지난해 B수련원에서는 이 학교 학생들이 교관을 폭행하는 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알려져 매년 관련교육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학생은 “섬에 수련회를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힘들게 고생시킨 학교를 믿을 수 없게 됐다”며 “특히 고등학교 등교 첫날이라 서로 잘모르는 친구들을 곧바로 이곳에 데려왔으니 싸움 등 각종 문제가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학교 관계자는 “이번 해병대 체험은 교육과정의 수련활동이기 때문에 학교운영위원회의 동의를 얻어 진행됐고, 학부모의 동의는 받을 필요가 없었다”며 “학생들의 정신교육 차원에서 이같은 캠프를 진행했지만 일부 무리하게 진행한 점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문민석·이명관기자 mk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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