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섭 칼럼] 미친 기름값, 어디까지 뛸건가

이연섭 논설위원 yslee@ekgib.com
기자페이지

 

# 회사원 N씨는 요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안산에서부터 서울 영등포까지 함께 출근할 카풀 동승자를 구하고 있다. 출퇴근에 매주 15만원씩 도로에 뿌려지는 기름값을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카풀이 다소 불편함도 있지만 실제 이용자들이 매월 20~30만원의 기름값을 줄이는 것을 보고 동승자를 구하기로 맘 먹은 것이다.

 

N씨처럼 주머니가 가벼운 직장인들이 기름값 절약을 위해 인터넷사이트나 SNS 등을 통해 직장 위치가 비슷한 동승자를 찾는 이가 늘고 있다. 예전에 동호회원이나 아파트 단지에서 카풀 상대를 찾던 것과는 달라진 풍경이다. 이 때문에 거주지 주변의 상대방을 검색해 동승자를 찾아주는 카풀 중개 전문 사이트가 등장했고, 운전자와 탑승자의 애매한 차량 이용분담금까지 계산해 줘 직장인 사이에 인기다. 스마트폰 이용자수가 2천만명을 넘어서면서 카풀 전용 애플리케이션까지 개발돼 핸드폰으로 자신에게 맞는 카풀 상대를 찾을 수도 있다.

 

# 직장인 S씨의 출퇴근은 무조건 지하철이다. 자동차는 출장갈 때 등 일주일에 3번 정도 사용한다. 주유소에 들르기 전 가격비교 사이트에 접속해 가장 저렴한 주유소를 확인하고 할인카드를 챙겨가는 것은 기본이다. 물론 셀프주유소를 이용한다. 최근에는 한 번 주유할 때 가득 채우는 습관이 생겼다. 연비를 생각하면 한 눈금 남기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기름값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 한 번에 많이 넣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름값이 뛰어도 너무 뛰었다. 휘발유의 전국 평균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이미 2천원이라는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어 버렸다. 조만간 2천100원 돌파도 예상된다. 그래서 ‘미친 기름값’이라고 한다. 서민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고, 고통 또한 커지고 있다.

 

카풀 늘고 버스·지하철은 만원

 

소비자들은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다. 값싼 주유소 정보를 알려주는 사이트엔 접속자가 폭주해 사이트가 다운되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알뜰주유소엔 기름을 넣으려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웬만하면 걷자는 뚜벅이 직장인이 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직장인들로 버스나 지하철이 만원이다. 90년대 유행하던 카풀이 다시 뜨고, 보험사의 비상주유 서비스를 상습적으로 이용하는 얌체 운전자도 나왔다.

 

기름값 고공행진에 못살겠다는 서민들의 아우성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시민단체들에선 고유가 해결책으로 유류세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유류세 인하 범국민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분노한 민심’이 밀물같이 몰려들어 동참하고 있다. 소비자시민모임에선 유류세에 붙는 탄력세율을 현행 11.37%에서 -11.37%로 변경하는 등 유류세를 낮춰 주유소 판매가를 낮추라고 한다.

유류세 인하가 해법이다

 

유류세는 정유사의 세전(稅前) 공급가격에 붙는 교통에너지 환경세, 교육세, 주행세, 부가가치세 등 각종 세금을 말한다. 2월 5주차에 정유사에 공급하는 세전 보통휘발유 가격(L당 1010.3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유류세는 928.1원이다. 기름값의 절반을 정부가 세금으로 거둬간다는 말이 틀린 얘기가 아니다. 2010년 정부가 거둬들인 유류세는 18조4천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엔 2010년에 비해 9천779억을 더 걷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유류세 인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유류세를 조금 내린다해도 국제유가에 따라 움직이는 기름값을 잡을 수 없고, 세수만 줄어든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알뜰 주유소를 더 늘리겠다는 대책이다. 정부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5일 이상 웃돌면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것도 일괄적 인하보다는 취약층을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부는 무조건 100원 내리라는 정유업계 손목 비틀기나, 알뜰주유소 증설만으로 천정부지로 치솟는 유가 충격을 피할 수 없다. 이는 근본적인 처방이 못된다. 이제 유류세 인하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정부는 빠른 시일내에 유류세 인하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 더이상 서민의 고통을 외면해선 안된다.

 

이연섭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