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가가격이 심상치 않다. 유가는 이미 100달러를 넘어선 지 오래다. 미국 텍사스산 중질유인 WTI는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때 역사적 고점인 147달러를 기록했는데 현재 105달러선으로 접근하고 있고, 북해산 브렌트유는 최근 중동지방의 이란 및 이스라엘의 무력충돌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미 2011년 4월에 기록한 역사적 고점인 배럴당 121.12달러를 넘어 127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나오는 분석들을 보면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될 경우 브렌트유는 200불을 넘어설 것이란 얘기가 일반화되어 받아들여질 정도이다.
그러면 이같은 유가상승이 단지 이란의 핵개발과 관련된 지정학적인 위험요인 때문만일까?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혹여 이란이 국제사회의 핵사찰을 받아들여 핵개발계획을 포기한다면 유가는 다시 50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사실 유가의 상승이란 현상이면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천문학적으로 풀려난 달러화의 유동성이란 측면이 단단히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즉 자세히 들여다보면 유가만 오른 게 아니라 모든 원자재가격들이 다 오르고 있다. 비철금속은 구리가 이미 8천500달러선을 넘고 있으며, 알루미늄, 니켈 등도 모두 오르고 있다.
곡물도 대두는 1천371달러를 기록, 역사적 고점인 1천468달러를 향해 나가고 있고, 안전자산으로 각광받는 금(Gold)도 현재 1천664달러를 기록, 2011년 9월에 기록한 고점인 1천925달러선으로 다시 오르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세계경제는 조금씩 글로벌 인플레를 향해 나가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인플레가 발생하면 가장 타격을 받는 사람은 누구일까? 두말할 필요없이 현금을 들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현금과 거의 동일한 미국 국채(T-Bond)는 인플레의 신호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현재 미국 국채의 기준으로 불리는 10년 만기 국채가격은 장기상승국면을 마무리하고 최근 대두되는 인플레 위협하에 급격한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10년만기 국채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국채수익률은 올해 초 기록한 저점인 1.7%대에서 급격히 반등, 현재 2.34%까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기실, 최근 오르고 있는 주식시장도, 기업들의 실적호전이라기보다 풍부해진 돈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식가격이 밀려 올라가는 측면이 강하다. 이 모든 것이 경기 흐름이 조금씩 빨라짐에 따라 점차 인플레 압력이 증대될 것이란 신호를 금융시장에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인플레가 본격화하면 어떤 식으로 우리자산을 보호해야 할까? 가장 좋은 자산은 원자재이다. 금(Gold)은 전통적으로 인플레를 방어할 수 있는 안전자산으로 불리고 있으며, 석유(Crude Oil) 및 각종 원자재도 좋은 헤지수단들이다. 주식도 어느 정도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자산인데, 특히 원자재관련 주식, 또는 원자재가 많이 나는 나라의 컨트리펀드 등도 고려할 만 하다.
이미 스마트한 돈들이 이러한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최근 주식시장의 원자재관련 기업들의 주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나저나, 올해 하반기로 접어들수록 점차 고조되는 인플레 압력에 비례해서, FRB를 위시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정책적 대응을 놓고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태형 수원대 금융공학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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