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미디어밸리를 꿈꾸었던 송도 국제도시가 UN 녹색기후기금(GCF) 유치 후보도시로 확정됐다. 서울과 경쟁해 이겼다는 것에 더 자부심을 갖는 시민들도 많다. 쓰레기 매립지와 각종 발전소 등 서울의 혐오시설을 떠맡고 있는 인천이 그린도시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서울은 경기도와 인천의 희생을 바탕으로 발전해왔다. 인천과 경기도민들이 서울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다. NLL, DMZ, 상수원 보호구역, 화력발전소, 쓰레기 매립지, 분뇨처리장 등이 인천과 경기도에 집중돼있다.
시민들의 재산권에 대한 제약은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도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해 각종규제가 여전히 위세를 부리고 있다. 하지만 서울에 국한되는 사안들도 많다. 수도권이라는 이름으로 덤터기를 쓰고 있는 인천과 경기도로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과연 서울과 서울 시민들은 인천과 경기도의 희생에 대해 고마워하고 있는지.
서울이 대한민국의 맏형으로서, 그리고 강자로서 지역과 지방을 ‘배려’했다면 시민들이 덜 섭섭했을 것이다. 한일 월드컵 당시 도쿄는 요코하마에 경기장을 양보했다. 베이징은 상하이와 경쟁보다는 차별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서울은 여전히 지역과 경쟁하고 있다.
서울이 세계적 도시가 되려면 도쿄나 베이징, 뉴욕과 경쟁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음에도. 아무튼 인천이 대한민국을 대표해 스위스와 독일, 중국 등과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됐다. 인천시민들은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 사례를 기억하고 있다. 평창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던 정부와 국민들의 성원이 다시 재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수십조 원 가치 지닌 GCF
KDI에서는 GCF가 한국에 유치될 경우 전국적으로 연간 3천812억3천만 원의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총소비 지출과 생산유발효과 및 고용유발효과까지 포함하는 파급효과다. 또한 MICE산업의 발전, 외국인 투자 및 외국인 관광객 유치 가속화, 의료 및 교육 서비스 질 개선, 남북관계 긴장 억제, 녹색기술 산업 분야의 발전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GCF가 인천 송도에 들어오는 경우 지역 경제에 미치는 경제효과는 얼마나 되는가. 인천발전연구원의 조승헌 박사가 이를 분석했다.
GCF가 인천에 유치되면 지역에 미치는 직접적인 경제효과는 매년 1천917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국제회의, GCF 기구와 직원들의 소비, 유관기관들과 직원들의 소비규모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다. 대부분의 메가 스포츠 이벤트들은 1회성으로 끝나지만 GCF는 매년 경제적 파급효과를 발생시킨다. 거의 영구적이라는 점에서 수십조원의 경제적 효과와 브랜드 가치가 있는 셈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1996년12월, 인천송도가 12개 지방자치단체와 치열한 경합한 끝에 미디어밸리로 확정된 바 있다. 한국판 실리콘밸리를 꿈꾸던 송도였다.
그러나 IMF를 맞이하면서 한국판 실리콘밸리의 날개를 접었다. 시민들이 미디어밸리의 성공을 기원하면서 투자했던 자본금은 휴지가 됐다. 미디어밸리의 청산을 알리는 우편물을 나는 지금도 갖고 있다. 기념이 아니라 자성하는 뜻으로.
미디어밸리의 恨 GCF가 풀어주길
문제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경제자유구역이 되면서 아파트 광풍이 몰아쳤다, 5천대 1이라는 기록도 갖고 있다. 그러나 아파트 숲이 무성해 질수록 미디어밸리의 기억은 희미해졌다. 그런데 IMF로 초토화됐던 송도에 아파트 광풍이 몰아치던 그 곳에 GCF꿈이 새롭게 시작되고 있다. GCF가 유치된다면 미디어밸리를 향해 꿈꾸던 시민들의 도전과 개척 정신이 새롭게 성취되는 것이다. 미디어밸리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GCF가 못다 이룬 그 한을 대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민배 인천발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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