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되시겠습니까? 세상에 의해서 바뀌어지는 사람이 되시겠습니까?

 

세상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다’ 라고 가르칩니다. 깜깜한 방에 촛불 하나가 켜지면 방안이 환하게 밝아집니다. 전에는 어둠이었지만 촛불 하나 때문에 밝아지는 변화가 생깁니다. 간을 하나도 안 한 국은 싱겁고 맛이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소금이 들어가면 맛이 변합니다. 예수님은 성경에서 그리스도인들이 빛과 같이, 소금과 같이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되라고 명령하십니다.

 

저는 결혼 주례를 참 많이 하는 사람입니다. 비교적 큰 교회에서 목회하다보니 성도님들이 주례 부탁을 많이 합니다. 전에는 부탁하는 주례를 다 했던 적이 있는데 너무 힘들고 시간에 쫓겨서 나름의 원칙을 세웠습니다. 일주일에 주례는 한번만 하되, 제일 먼저 부탁하는 분의 주례를 맡는다. 그 원칙에 따라 결혼식 주례를 하면서 나름 기준이 생기고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주례를 하려고 결혼식에 참석해 보면 늘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결혼식에 참 많은 하객들이 참석하는데 이분들이 꼭 이 자리에 와야 하는 분들일까? 너무 많은 돈을 들여서 결혼식을 하는 것은 아닌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마음이 상하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결혼식 한번 하는데 몇 억 가까이 든다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혼식은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가 결혼식 전날 아버지에게 불려갔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저를 불러놓고 한마디만 하셨습니다. “너 전도사가 결혼 첫날을 호텔에서 자면….” 아직 어린 전도사가 비싼 호텔에서 자는 것은 쓸데없는 낭비라는 말을 하신 겁니다. 물론 제 나름대로 핑계는 있었습니다. 먼저 결혼했던 형 생각에는 목사인 동생이 첫날 밤을 집에서 자면 다음날 예배 드리고 신혼 여행가는 게 불편할거라고 잡아 준 것이었습니다. 제가 잡아달라고 한 것도 아니었고, 저 스스로도 불편하게 생각했었는데 막상 아버지께 꾸중을 듣고 나니까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아버님은 꽤 유명한 부흥사였고 성공한 목회자로 평생을 사셨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신 후, 누군가 저에게 와서 틀림없이 아버지가 남긴 재산이 있을 거라며 금융감독원에 가서 확인해 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기대(?)를 갖고 금융감독원에 찾아갔습니다. 가서 아버님의 이름과 주민 번호를 대고 기대를 가지고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제 손에 쥐어진 것은 고작 2만4천원 잔고가 남아 있는 통장 하나가 전부였습니다.

 

그것만 하더라도 다행이었을 것을, 몇 년 후 아버지 친구 분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아버지 살아 생전에 아버지가 돈을 빌린 것이 있다며 달라고 하기에 제가 적지 않은 돈을 갚아야 했던 일도 있습니다. 그런 아버지를 처음에는 원망도 많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깨달은 것은 아버지께 받은 가장 큰 유산은 돈이 없는 통장과 빚이었습니다.

 

목회자는 돈에 욕심을 내면서 살면 안 된다는 것을 아버지는 삶으로 보여주셨습니다. 빈 통장과 빚은 제가 돈에 대해 욕심 부리지 않고 살아가도록 제 삶의 기준이 되어 주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하니까 나도 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에게는 나만의 기준과 이유가 있어야만 합니다. 결혼식도 나만의 이유가 있는 결혼식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가까운 목사님은 아들 결혼식을 하면서 일체의 축의금을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물론 식사 대접도 하지 않고 간단한 간식만 제공했다고 합니다. 대신 어려운 이웃을 위한 모금함을 놓고 꼭 축의금을 내고 싶은 분들은 어려운 이웃을 위한 모금에 참여해 달라고 하셨답니다. 나만의 기준과 이유가 있는 사람, 그 사람을 통해서 세상은 바뀌어집니다.

 

김 병 삼분당 만나교회 주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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