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겁할 이사… 손 없으니 돈으로 채워라?

회사원 이모씨(31·수원시)는 이달 말 이사를 계획하고 최근 포장이사 전문업체에 비용문의를 했다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평일에 이사하면 70만원이 나오는 견적이 오는 31일에 이사할 경우 160만원까지 올라간다는 것.

그 이유는 ‘손 없는 날’에 토요일이 겹쳤기 때문이었다.

 

당황한 이씨가 “그렇게까지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이 이해가지 않는다”고 말하자 업체측은 오히려 “싸게 해서 160만원이지 그날 이사하겠다는 손님이 많아 200만원까지도 부를 수 있다”고 배짱을 부렸다.

 

이씨는 “비용이 너무 부담스러워 결국 평일에 휴가를 내고 이사하기로 했다”며 “똑같은 거리에 똑같은 짐인데 비용이 세배까지 뛰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업체의 횡포”라고 말했다.

 

이처럼 포장이사 시 ‘손 없는 날’을 핑계로 평상시보다 2~3배의 웃돈을 요구하는 이사업체들로 경기도내 소비자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민간신앙이라 할 수 있는 ‘손 없는 날’은 매달 음력 9, 10, 19, 20, 29, 30일로 이 날은 이동을 방해하는 귀신이 하늘로 올라가는 날이라 이사에 길일이라는 속설이 있어 이사할 때는 ‘손 없는 날’을 택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이 날이 주말일 경우에는 수요가 몰리면서 예약을 하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부르는 게 값’일 정도다.

 

얼마 전 ‘손 없는 날’을 택해 가게 이전을 했다는 홍모씨(48·안산시)도 “비용 때문에 손 있는 날에 이사를 할까 고민도 했지만 혹시 사업에 영향을 끼칠까 찜찜한 마음에 돈을 더 주고 손 없는 날을 잡았다”며 “그런데도 업체에 따라 130만원에서 200만원까지 견적차이가 나 산정기준을 모르겠더라”고 말했다.

 

수원시의 한 포장이사 업체 관계자는 “손 없는 날에는 예약이 워낙 많이 밀려 인력이나 차량, 장비 확보에 어려움이 많아 돈을 더 받을 수밖에 없다”며 “업체마다 사정이 다른 건데 비용 차이가 나는 것도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시민모임 관계자는 “이사비용은 일괄규정이 없고 이미 업체와 개인 간 계약이 끝났다면 제재하기도 어렵다”며 “손 없는 날을 고집하기보다 오히려 이 날을 피하는 것이 비용도 절감하고 꼼꼼하게 사고없이 이사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구예리기자 yel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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