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로이 익은 햇살이 주머니 속을 파고들다가 어느새 마음속 깊이 스민다. 자비처럼, 은혜처럼, 사랑의 전류처럼. 아직 만개하지 않았지만 성급히 피어난 꽃들은 그윽한 향을 흩날린다. 운매가 푸른 허공을 향해 뻗어있고 이끼 낀 바위를 배경으로 날렵한 수묵선 같은 홍매화 한 가지가 여백의 미학을 전한다. 까마득 펼쳐진 매실담은 독 너머로 섬진강이 늘씬한 몸매를 흘리며 모래마당 사이에 드러누웠다. 시금치, 파, 당근, 버섯, 오징어로 버무린 파전을 줄서 기다려 매실 막걸리 한잔 걸친다. 나른한 취기가 아지랑이처럼 일렁일 때, 화개장터 가는 버스에 오른다. 섬진강의 물결무늬가 은어의 비늘처럼 봄볕에 파닥이는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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