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화 허브를 만드는 CEO] ④최진용 의정부예술의전당 사장

"시민들에게 생활속 놀이터 같은 '문화저수지'로 만들 것"

최진용 의정부예술의전당 관장.

그는 우리나라 문화예술행정의 몇 안되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문화관광부에서 공연팀장, 국립중앙극장장, 예술원 사무국장,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 등 40여년을 문화예술분야에 종사하면서 거치는 단체마다 중흥을 이끌었다.

 

그런 그가 지난 2010년 9월 의정부예술의전당 사령탑에 앉으면서 공연장의 문턱을 없애는 작업이 한창이다. 모든 계층이 즐겁게 공연장을 찾을 수 있도록 ‘계층별 맞춤공연’을 비롯해 언제 어디서나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모닝연극·모닝콘서트’, ‘토요문화살롱·토요문화마당’ 등 지역주민과 밀착된 친시민적인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시민들에게 생활속의 쉼터이자 놀이터이며 문화체험의 현장으로 다가설 수 있는 ‘문화 저수지’로 만들 것”이라고 말하는 최진용 사장을 지난 13일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 의정부예술의전당의 주인은 ‘시민’

“장보러 나왔다가 집에 들어가는 길에 부담 없는 가격으로 멋진 공연 하나 볼 수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정말 여유가 넘치고 풍요로운 삶이 되지 않을까요?”

보다 많은 시민들이 무료로 생활속에서 예술을 접하게 만드는 것이 지역 공연장의 소명이라는 것. 그러나 실제로 공연장을 공연을 보거나 전시를 관람하는 곳 이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만큼 공연장이 시민들의 만남과 커뮤니티가 이뤄지는 공간이 되기까지에는 갖춰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지역 공연장이 지역 문화예술의 거점으로써 주민들의 일상속으로 파고들어가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공연장을 찾는 게 쉬워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연장이 재미있고, 즐거워야 하겠죠. 누구에게나….”

우리나라 공연장들의 역사를 살펴보면 대개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중산층 이상 혹은 전문 예술가 집단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최 사장은 ‘누구에게나’라고 했다. 어떻게 가능한 걸까.

 

“계층별 맞춤형 공연을 올해 처음 시도해 볼 계획입니다. 단순히 다양한 계층 중 한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을 나열식으로 배치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주부, 어린이, 노인 등 다양한 계층을 위한 공간과 공연을 연중 기획해서 어느 누가 언제 공연장을 찾더라도 보고 즐길 거리가 있는 공연장으로 만들 것입니다.”

 

최 관장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시민들이 단순히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크게는 문화를 직접 생산하고, 작게는 생산에 관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시민들이 공연장을 완전히 자신들의 것으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주인의식이 필요합니다. 남의 것이 아닌 내 것이라는 생각이죠.”

이에 최 사장은 이제는 시민이 주인이 되는 아트센터가 되도록 시민위원회를 구성·운영을 통해 공연·전시의 결정을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평가하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 ‘군사도시’ NO!, ‘음악도시’ YES!

최 사장 취임이후 의정부예술의전당은 향후 10년간 추구해야 할 목표가 생겼다.

“의정부예술의전당은 지난 10년간 지역문화예술회관으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제 개관 10주년을 넘어서며 한 단계 도약할 시점이 된 거죠.”

‘제1의 음악도시’가 그것이다.

 

“전세계 유명 극장장이나 축제 기획자들 중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를 모르는 사람은 이제 별로 없습니다. 10년동안 내공이 쌓이면서 의정부를 대표하는 축제가 됐죠. 이와 함께 의정부에서는 젊은 대학생들의 공연 축제인 전국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이 매년 열리고, 우투리밴드, 이자람의 판소리 만들기 자, 의정부시립합창단 등 우수한 음악적 자산이 많습니다.”

 

그는 지난 한해 동안 ‘의정부=음악도시’를 만들기 위해 무수한 밑작업들을 진행해 왔다. 단기적으로는 시민들이 음악과 친숙해질 수 있도록 음악교육과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갔다. 우선 상주단체인 시립합창단과 청소년 소년소녀합창단을 통해 중·고등학교 예술교육을 강화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양해각서를 체결해 올해보는 예술영재학교 여름·겨울 음악캠프를 의정부에서 열기로 했다. 또 도시를 음악적으로 시각화하기 위해 올 10월경 의정부 시민 3천여 명이 참여하는 대합창제의 개최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음악박물관 건립부터 대규모 음악공원 조성, 음악레지던시 프로그램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최 관장은 “모든 시민들이 어려서부터 음악을 쉽게 접하고 배울 수만 있다면 ‘1인 1악기’ 시대도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그렇게 10년이 지나면 의정부는 한국판 엘시스테마의 본고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제,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5월, 봄의 절정이 찾아오면 의정부는 음악극 축제로 술렁인다. 올해로 꼬박 11년.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는 처음엔 지방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축제 중 하나였지만 어느덧 국내를 대표하는 예술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2004~2006년엔 보리스에이프만 발레단, 독일 샤우뷔네 극단의 리퀘스트 콘서트, 모스크바필하모닉오케스트라, 이무지치 실내악단 등 세계적인 공연단체의 화제작을 아시아 혹은 국내 최초로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최 사장 취임 이후 촉박한 시간 때문에 최 사장의 색깔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다면 올해는 다르다. 최 사장은 올해 음악극 축제에 총력을 기울였다. 1년여의 준비 끝에 창작작품만 해도 4개 작품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지난해 대성공을 기록했던 국악창작곡 ‘억척가’에 이어 올해에도 ‘현재와 구모텔’이라는 국악창작곡을 제작하며, 프랑스 공연단체와 함께 무용음악극 ‘에디뜨 피아프’, 국립오페라단의 지원으로 오페라 ‘나는 이중섭이다’를 축제 기간 중 선보인다.

또 시민 공모를 통해 선발된 음악 애호가 40여명은 지난 11월부터 ‘의정부 사랑가’ 공연을 앞두고 맹연습 중이다.

 

최 사장은 음악극 축제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40년 문화예술계 에 몸 담아 오면서 쌓아온 인맥을 총동원했다. 그 성과로 세계적인 성악가 조수미씨가 명예집행위원장을 흔쾌히 수락했고, 대중음악가로 인기가 높은 타이거JK와 윤미래 부부가 홍보대사를 맡아 주었다.

 

최 사장은 “종전까지 음악극 축제가 너무 예술성에만 치우쳐 시민들은 들러리가 되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며 “올해부터는 예술성과 재미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들로 엄선해 모든 시민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윤철원기자 yc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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