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인 “오디션만 100번 낙방…이젠 먼저 연락와요”

배우 유다인(28)이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지난해 2월 개봉한 영화 ‘혜화, 동’이었다. 스물셋 미혼모의 복잡 미묘한 심리를 제대로 연기해 호평 받았다.

 

1만명이 넘게 이 영화를 봤고, 독립영화로서 엄청난 수확을 냈다. 얼마를 벌었다는데 방점이 있는 게 아니라 유다인이라는 배우를 관객에게 소개시켜줘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

 

유다인은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상대한 KBS 2TV 드라마 스페셜 4부작 ‘보통의 연애’를 통해서도 존재를 각인시켰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에서는 국정원 요원으로 빛을 내고 있다. 여러 가지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감을 오롯이 드러내는 배우를 오랜 만에 만난 것 같다. 겸손한 건지 그는 “감독님들을 너무 잘 만났다”고 했다. ‘혜화, 동’과 ‘보통의 연애’에서 보여준 연기를 칭찬하니 “내가 이렇게 연기를 못하는지 몰랐다”는 답이 돌아온다. 아니 왜?

 

“2회 방송을 보고 잠이 안 왔어요. 제가 너무 연기를 못하는 거예요. 이렇게 못하는지 몰랐어요. 상대역인 연우진씨는 너무 잘 하더라고요. 표현 조절을 다 하던데 저는 그 상황이 느껴져야만 표현을 했거든요. 스테프한테 눈치도 보이고 괜히 주눅이 들기도 했죠. 연기 테크닉을 다시 배우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였어요.”

 

‘시체가 돌아왔다’는 무척이나 동적이다. 유다인은 각기 다른 목적으로 시체를 차지하려는 이들 틈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뛴다.

 

유다인은 솔직히 “이렇게 힘들지 몰랐다”고 회상했다. “엄청나게 더운 여름에 찍어서 힘들었죠.

 

또 포로로 있을 때는 어떤 틈도 없이 아플 정도로 꽉 묶여있었어요. 느슨해지면 몸의 움직임이 다 보이더라고요. 액션 연기도 했는데 이건 재밌었어요.

 

거의 마지막 장면은 지자 야닌(태국의 액션스타)이 된 것처럼 연기했는데 편집이 됐더라고요. 저는 잘 한 것 같은데 감독님은 무용하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정적인 연기를 보여주다가 급전환. 너무 급작스러운 변화는 아니었을까.

그는 “‘혜화, 동’을 하고 나서 주변에서 ‘밝은 것을 해봐야 하지 않겠니?’라는 말을 많이 들었을 때”라며 “다행히 요즘 의외로 골고루 작품 출연 요청이 들어온다”고 즐거워했다.

 

‘혜화, 동’의 고마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평론가들이 주는 제31회 영평상 시상식 여자신인상을 받았다. “혜화, 동을 잘 봤다”며 ‘보통의 연애’의 PD와 ‘시체가 돌아왔다’의 감독이 연락을 해왔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여기저기 오디션을 보고 수백 번 떨어졌는데 이제는 20편이 넘게 출연 요청이 들어왔다. ‘섭외 쇄도’라는 표현을 써야 할 정도다.

 

“매일 오디션을 보러 가면 떨어졌어요. 100번도 넘을 거예요. 그래도 막연하게 ‘언젠가는 내가 가진 장점을 보여줄 수 있을 거야’라는 생각을 갖고 연기했죠.”(웃음)

 

“표정 하나하나가 너무 진짜 같아서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를 좋아한다”는 그는 “배우 생활을 하면서 바쁘게 살지만 나를 잃지는 않았으면 한다”며 “물질 같은 것에 너무 많은 욕심을 내지 않고 내가 목표한 것들을 잘 이뤄나갔으면 한다”고 바랐다.

 

<협력사>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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