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스케치여행] 쌍계사 벚꽃 길

섬진강은 초록물감을 풀어놓은 듯 푸르다. 매화는 지기 시작했고, 벚꽃 길은 하얀 꽃그늘을 드리웠다. 피기는 어려워도 지는 건 잠깐인 바니타스적 삶의 표면에 배냇머리처럼 부드러운 봄버들이 늘어졌다. 무성영화의 배경음악이던 옛 노래가 귓가를 스친다. ‘이 강산 낙화유수 흐르는 봄에~~’ 나는 남인수의 낭랑한 목소리를 기억해 냈다. 그윽이 술 오른 아버지가 진달래꽃핀 나뭇짐을 지고 오시며 부르시던 노래다. 꽃피는 동네 화개장터를 빠져나와 쌍계사 벚꽃 길을 걸었다. 검은 바지에 하얀 삿갓을 쓴 듯, 벚나무는 박고석의 우직한 그림답다, 봄의 향훈에 젖어 다다른 쌍계사 대웅전 앞에 하얀 목련이 오랜 친구처럼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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