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스케치여행] 산수유마을, 구례 산동

옛날 중국 산동에서 시집온 처녀가 처음 심었다는 산수유, 그래서 이곳 지명도 산동이다. 실제로 계척마을엔 시목으로 추정하는 수령 1천년의 산수유나무가 존재한다. 지금 지리산 자락은 온통 노란 세상이다. 연약하면서도 강렬한 색. 고흐는 죽기 전까지 노란 정열을 불태웠다. 미치기 위한 몸부림처럼 꿈틀대는 노란 고집은 아를의 여인 배경색에도 사용됐다. 봄은 발라드하고 왈츠라야 좋지만 비제의 미뉴엣 아를의 여인이 지배하는 플루트 소리가 좋다. 나는 아를 여인의 본래인 왕녀를 그리며, 시음용 산수유막걸리를 머리 처박고 퍼먹다가 취했다. 산수유가 남자에게 좋다고 체험학습을 시키지 않아도 행복한 봄날. 아, 유유자적 이곳에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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