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종교]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지난 4월 11일 제 19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습니다. 이제 선거가 끝났으니 그동안 참았던 말들을 몇가지 꺼내보고자 합니다. 글의 제목을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정도로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혹시 제가 비겁한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선거를 지켜보면서 ‘그리스도인 됨’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지난 며칠 동안 일정이 있어서 부산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마침 선거를 앞둔 시점이라 곳곳에서 선거 유세가 한창이었습니다.

 

부산은 제가 살던 곳에서 느끼지 못한 뜨거운 선거 열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는 곳마다 선거 유세를 하는데 어느 편에서는 “바꿔봅시다” 라고 외쳐대고, 다른 한편에서는 “나는 박근혜 사람입니다”라고 외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고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 것은 “바꿔보자”, “나는 누구 편이다” 라고 외치기만 할뿐 그들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떠한 정치적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전혀 이야기하지 않고 있더라는 겁니다. 오히려 상대방을 비방하고 나는 누구 편이다 라고만 외치는 모습을 통해 아직은 미성숙한 우리의 정치 문화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또 한가지 제 마음을 아프게 한 건 김용민씨의 막말 파문이었습니다. 교회에 대해 쓴 소리를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가지고 나꼼수라는 방송을 처음 듣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수준 이하였습니다. 그들이 지적하는 한국 사회와 교회들의 문제들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말하는 방식이 너무도 잘못되었기 때문입니다.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예의조차 상실한 그들의 대화를 보면서 너무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교회 용어를 사용하여 교회를 조롱하고 세상을 비판하는 그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조롱당하고 있는 교회와 예수님이 생각났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조롱당하셨듯이 그들의 대화 가운데 예수님은 조롱당하시고 못 박히고 계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밖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바로 내 모습입니다. 내 안에는 밖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너무도 아름답고 귀한 것들이 있다고 아무리 주장하여도 그러한 모습들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빈 항아리에 물을 붓다보면 차고 넘쳐서 밖으로 흐르게 됩니다. 밖으로 드러나는 우리의 삶의 모습은 바로 내 안에 차고 넘쳐서 밖으로 드러나게 된 것입니다.

 

“우리가 어떤 정당을 지지하고, 어떤 위치에서 살아가느냐!”는 것이 크리스천의 삶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이 하나님의 방법인가가 중요합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도 하나님이 용납하시고, 나와 지금은 종교가 달라도 구원받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안다면 “친절하고 예의바른” 사람이 되지 않겠습니까?

 

선거가 끝났습니다. 나와 다른 사람을 찍은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 것에 놀라지 않았나요? 이 사람들과 함께 살아 숨쉬는 땅에서 살아야 하는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말로 쏟아낸 상처가 쉽게 아물지 않습니다. 이제 하나님의 사람들이 기도하며 치유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아무리 “우리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외쳐도 소용이 없습니다. 묵묵히 우리가 잃었던 신뢰의 시간들을 인내하며 살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선거에서 상대방 비방하고

누구 편이다 라고만

외치는 모습을 통해

아직은 미성숙한

우리의 정치 문화 발견해…

말로 쏟아낸 상처

쉽게 아물지 않아

이제 하나님의 사람들이

기도하며 치유

우리가 잃었던 신뢰의

시간들을 인내하며 살아가야

 

김병삼 분당 만나교회 주임목사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