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스케치여행] 전주 한옥마을

며칠 따사로웠던 봄이 잔혹하게 찢겼다. 유예된 시간은 절박한데 거친 비바람은 절정의 꽃을 청춘의 클라이맥스처럼 내렸다. 자연계에 개입한 신의 방종은 상습적으로 인생을 적용시킨다. 짧은 청춘과 봄. 나는 나가수의 인순이가 눈물 삼키며 부른 서른즈음을 속으로 내질렀다. 이렇게 젖은 날, 모주 한잔 의례처럼 걸치고 태조로를 따라간다. 경기전의 어진은 그 어떤 위용보다 강건하고. 한지 뜨는 수제공방은 시간을 거꾸로 돌렸다. 아, 파리바게트가 기와지붕을 덮어쓰고 있는 과거속의 현재, 오늘밤은 외국인들에게 더욱 인기 있는 한옥 게스트하우스에서 묵고 싶다. 봄비에 젖은 신록이 춘몽처럼 돋아나는 날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