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용선의 세계속으로] ④ 이스라엘

발길 닫는 모든 곳이 ‘대서사시’

‘역사가 숨쉬는 땅’, ‘살아 있는 박물관’이라고 불리는 이스라엘은 다른 민족에 의해 숱한 정복과 파괴를 당한 파란만장한 역사를 갖고 있다.

영토의 크기는 작지만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3개 대륙의 교차점에 위치하며 그곳에서 꽃피운 문화는 세계 많은 나라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이스라엘의 수도인 예루살렘은 4천년 이상의 긴 역사를 가진 고색창연한 곳으로 특히 주목할 장소이다. 유네스코도 인류가 영구히 보존해야 할 의미 깊은 도시라고 인정, 도시 전체를 세계 문화유산으로 선정했다.

‘예루살렘’ 기독교·이슬람교·유대교의 聖地…종교·문화의 ‘용광로’

이스라엘은 히틀러의 나치 독일정권 하에서 학살을 모면한 유대인과 아랍 국가 등에 흩어져 살던 유대인을 중심으로 나라가 형성됐다. 1948년 독립 이후에는 세계 각지의 유대인들이 대거 이주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대부분 백인이지만 피부 빛이 검은 흑인들도 일부 섞여 있다.

이들은 예멘이나 에티오피아 같은 아프리카에서 이주해온 유태인이다. 이스라엘에 살고 있는 유태인들은 과거 많은 속박과 고통을 당하며 여러 지역에 흩어져 살았기 때문에 이처럼 다양한 피부 빛을 띠고 있다.

사전 지식을 충분히 갖추지 않고 예루살렘을 방문한 사람은 방문 내내 혼란 속에 빠져있기 쉽다.

그 중 하나가 각 종교마다 휴일이 다르다는 점이다. 즉, 금요일은 이슬람 교인에게 성일(聖日)이고, 토요일은 유태인의 안식일, 일요일은 기독교인에게 주일(主日)이 된다. 사실 예루살렘은 기독교 입장에선 예수가 복음을 선포하다 로마 관헌에게 붙잡혀 처형당한 성지(聖地)이다.

이슬람교에서는 예언자 마호메트가 승천한 장소인 아름다운 오마르 사원이 있는 성지이다. 유태인이면 누구나 신봉하는 유태교 입장에서 볼 때도 예루살렘은 역시 신앙의 구심점이 되는 곳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집단 거주하는 구도시(동 예루살렘)와 헤브론, 세겜, 가자 등은 성서(聖書)학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그러나 유태인이나  외국관광객들에 대한 테러와 도난이 잦아 방문할 때 조심해야 한다. 필자도 아이성(城) 부근에서 아랍인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해 승용차 유리가 모두 박살나는 수모를 겪은 적이 있다.

예수의 마지막 길 ‘골고다 언덕’엔 순례자 행렬

오마르 이슬람교 사원은 ‘바위의 돔(Dome of Rock)’이라 불린다. 이 거대한 이슬람교 사원은 황금돔이 특징이다. 내부에는 길이 17.7m, 폭 15.5m나 되는 거대한 바윗돌이 있다.

마호메트가 이 바위에서 하늘로 올라갔다고 하여 이슬람교에서는 매우 신성시하는 곳이다.

이슬람 세계의 건축사상 역작으로 꼽히는 오마르 사원은 이 바위를 기념하고 보존한다는 취지로 691년 우마이야 왕조 제 5대 칼리프 압둘 말리크에 의해 건설됐다. 황금문은 예수가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 입성시 통과한 문이다. 유태인들은 현재 닫혀 있는 이 문이 그들의 구세주가 올 때 다시 열릴 것이라고 믿고 있다.

구시가지로 연결되는 다마스쿠스문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다마스쿠스 문을 들어서면 아랍인의 재래시장이 있으며 멀지 않은 곳에는 양, 염소, 말 따위의 가축을 거래하는 시장이 자리한다.

통곡의 벽은 유태인들에게 마음의 고향이요, 성지 중의 성지다. 조상들의 애환이 깃들어 있어 유태인들은 이곳에 서면 각별한 애착과 감동을 느낀다고 한다.

때문에 기쁠 때나 슬플 때, 신분의 높고 낮음, 연령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누구나 이곳을 찾는다고. 벽에 머리를 대고 기도서를 읽으면서 때로는 눈물까지 흘리며 열심히 기도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 십자가의 길)는 예루살렘 성지순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예수가 빌라도 총독에게 사형 선고를 받은 곳인 사자성문(Lion`s Gate)에서 시작되는 이 길은 예수가 십자가를 메고 처형장인 골고다 언덕으로 가는 길이다.

순례객들은 예수가 겪은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면서 옛 골고다 언덕에 세워진 ‘주의 무덤 교회(성묘교회)’로 향한다. 매주 금요일 오후 3시에는 순례객들을 위해 십자가를 앞세우고 줄지어 가는 순례 행사가 프란치스코 교회 주관으로 열린다.

박해와 항쟁의 역사 속에서 불사조처럼 부활한 예루살렘에선 축제 역시 흥미롭다. 정월 초에 갖는 유태인의 축제로는 로시 하사나가 있다.

지난해에 한 일을 하나님으로부터 심판받고 잘못한 것은 반성하며 새해 계획을 구상하는 기간이다. 이스라엘로 가던 날, 비행기 탑승자가 많아 표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후에 알고 보니 로시 하사나를 기리기 위해 이스라엘로 입국하는 재외 유태인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로시 하사나 기간 중 유태인들은 만나는 사람들과 언제나 덕담을 주고받는다. “행복한 한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라고 말하면서 다정한 미소를 짓는다.

또한 꿀이나 대추야자 같은 단 음식을 먹으면서 새해에는 이처럼 달콤한 한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Interview] 투비아 이스라엘리 주한 이스라엘 대사

고난 극복 ‘강소국’ 부상 양국 너무 닮은 점 많아

한국의 매력에 빠져 틈만 나면 여행

한국, 이스라엘 수교 50주년을 맞았다. 올해 양국 간에는 과거 어느 때보다 좋은 관계가 유지되고 있으며 다양한 축하 공연도 열리고 있다. 국토가 작고 자원도 빈약한 나라지만 훌륭한 인적자원을 활용해 오늘날 중동 지역의 강대국으로 우뚝 선 이스라엘. 투비아 이스라엘리(Tuvia Israeli)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올해 이스라엘에서 이름난 국립 오페라단, 모던 댄스 공연단, 영화배우와 감독 등이 한국을 방문하게 된다”며 “여수 EXPO에도 참여해 예술적으로 우아하게 만든 전시관을 선보이고, 이스라엘 작가의 사진전도 계획돼 있다. 부산 국제 영화제에도 이스라엘 영화와 영화인들이 참가할 것 예정으로 한국인들에게 이스라엘을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성지순례을 위해 많은 한국인들이 이스라엘을 방문하는데 정작 이스라엘 사람들의 한국 방문은 매우 적은 편이다. 왜 그런가

이스라엘 사람들은 원래 해외여행을 좋아하며 실제로 많은 숫자가 해외로 나간다. 하지만 이스라엘에서 한국에 대한 정보가 적어 방문객이 적은 것 같다. 주 이스라엘 한국대사관과 한국관광공사가 이스라엘에서 한국을 알리는데 노력하고 있는민큼 개선될 것으로 본다. 이스라엘 기자를 한국으로 초청해 취재하게 한 후 히브리어로 된 책도 5월 중 이스라엘에서 출간된다.

 

대사께서는 한국관광공사 서포 티지 회원으로 한국 여러 지역을 즐겨 여행한다고 들었다. 한국을 여행하면서 느낀 독특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문화, 역사, 휴일 등 모든 것이 독특하다. 외교관으로 전 세계 많은 나라를 여행했지만 극동 아시아는 한국이 처음이다. 그래서인지 신기하게 느껴지는 것이 참 많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 주변 강대국에 의한 침략을 많이 당했다. 양국 간의 공통점은 없는가

두 나라 간에 많은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3천년 이상의 긴 역사를 가진 것부터 시작하여 다른 큰 나라의 침략에도 무너지지 않고 독특한 문화를 이루고 있다. 독립을 위한 전쟁을 치렀고, 인적 자원을 충실히 활용해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나라가 된 점도 동일하다.

이스라엘 출신 음악가들이 전세계에 활동하고 있다 들었다

이스라엘 문화, 특히 음악은 잘 알려져 있다. 세계에서 유명한 음악가 중에는 유대인들이 많다. 명성 높은 오케스트라단에도 으레 유대인 피아니스트, 바이올린 연주자, 성악가들이 있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베를린 필하모니에도 네 명의 유대인 연주자들이 있어 반가웠다. 舊 소련에서는 재능 있는 유대인 음악가들이 많았다. 이들이 이스라엘로 이주하면서 자연스럽게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뛰어난 음악 교육이 이스라엘에서 이루어졌다. 이스라엘에서 뛰어난 음악가들이 많이 배출된 데에는 구소련에서 이주해온 유대인 음악가들의 힘이 컸다.

한국, 이스라엘 친선협회(KIFA)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국, 이스라엘 친선협회는 한국에 있는 여러 나라의 친선단체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단체로 알고 있다. 발전하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친선협회에 참가해야 한다. 한국인은 물론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이스라엘 정부기관, 관광청, 경제 단체 등에서 일하는 유대인들도 적극적으로 가입하고 활동해야 된다. 이스라엘 공연단이 한국에 올 경우 친선협회에서 적극적으로 알려 많은 한국인들이 와서 즐길 수 있도록 해야 된다.

 

글·사진 _ 여행 칼럼니스트 허용선

중앙대와 고려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7년 전국대학미전 문교부장관상과 1988년 서울 올림픽 보도 관련 공로 체육부장관상, 2004년 출판문화상을 수상했다.

그 동안 9회에 걸친 개인전을 열었으며, 지금까지 세계 90개국, 1천여 곳 이상을 취재했다.

사진작가가 겸 여행 칼럼니스트, 한국사진작가협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출간한 책만도  20권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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