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양은 칼럼] 송해같이 살아라

임양은 주간 겸 대기자 ye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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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창의 메들리, 복고풍의 신파극은 버라이어티 쇼였으므로 뭔가 보여줘야 할 장면이긴 하다. 거기에 더한 코미디는 원래의 분야다. 주목되는 것은 이외에도 약 두 시간 동안 다양한 장르로 이어진 그의 체력이다. 12일 어버이날 주말 수원체육관에서 가진 ‘송해 빅쇼’다. 오후 2시, 6시 두 번에 걸친 공연의 강행군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는 모습은 올해 나이 아흔으로 보기에 믿기지 않은 정도다.

뭣이 그토록 세월을 잊게 했을까. 열정이다. 일에 대한 애착이다. 돌아보면 57년전 악극단을 통해 연예계 데뷔했다. 연예인이기 때문에 생업에 정년이 없는 것만은 아니다. 그 세계만큼 생존경쟁이 심한데도 없다. 스타덤에 올랐다가 떨어진 별들이 수다하다.

그 역시 우여곡절이 심했으나 자신을 필요한 존재로 늘 절차탁마하는데 게을리 하지 않았다. ‘KBS 노래자랑’의 장수 MC는 우연이 아니다. 개인적 불운도 수차 있었으나 이를 딛고 일어선 것은 집념이다.

난 서울신문 TV가이드부에서 방송국 출입을 했다. 그 무렵엔 SBS가 없었으므로 주로 KBS·MBC에 나갔고 MBC 본관·KBS 별관엔 탤런트실이 있어 연예기자 노릇도 해야 했다. 때론 녹화현장을 찾아 취재하기도 했다. 유명 연기인들 인터뷰도 적지 않게 했는데 희극인실에 대한 생각이 미치지 못한 잘못으로 그를 만나보지 않았던게 후회스럽다.

다만 한 가지 아는 것은 ‘송복희’란 본명으로 살았던 북녘 황해도 재령 고향땅을 늘 잊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KBS 별관 희극인실은 쟁쟁한 멤버로 유행어의 산실이었다.

자기 일에 지칠줄 모른 열정

새삼 이제 와서 이런 말을 꺼내는덴 연유가 있다. 우린 지금 사회적 변화의 중대한 기로에 처해있다. 다시 말하면 고령화속에 산다. 좀 있으면 고령사회가 된다. 초고령사회도 불과 20여년 앞두고 있다. 초고령 사회가 되면 젊은 생산성 인구보다 늙은 소비성 인구가 훨씬 더 많아진다. 은퇴의 연령이 낮아지는 현실적 문제도 심각한터에 앞으로 닥칠 고령사회·초고령사회 문젠 설상가상이다.

노인도 일하는 생산성 사회가 돼야한다. 그렇다고 정년을 연장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일의 개념부터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수명은 길어지고 은퇴는 빨라진 30년 공백을 뭘로 어떻게 채우느냐가 현안이다.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한다. 임금의 피크타임제가 필요하다고 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러나 보다 필요한 것이 있다. 뭣을 하든 자신의 일에 대한 긍지와 애착이다. 가령 노랠 예로 들면 무슨 노래를 부를까 보다는 어떻게 부르느냐가 문제인 것처럼, 무엇을 하느냐 보다 어떻게 하느냐가 더 문제인 것이다. 한마디로 송해같은 사람이 돼야 한다면, 돈벌이 격차를 들어 이의를 달 것이다.

고령사회 노년의 시범적 모럴

그렇지만 인생사의 값은 개인적 차이가 있을지라도 사는 공식엔 차이가 없다. 사람 사는 개연적 공식은 똑같다. 수원 만석공원엔 이런 노인이 있다. 담배꽁초를 줍는 70대 노인이 있다. 돈은 커녕 누구하나 알아주는 이가 없어도 일과로 삼는다.

물론 노인 일자리 만들기엔 관의 비상한 노력이 부단히 요구된다. 하지만 노인 스스로도 필요한 존재가 되고자 해야 한다. 일하는 노인은 아플 틈이 없다. 나이 아흔에 두 차례 공연을 마치고도 끄떡없는 그 같은 건강은 일을 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또한 송해 선생처럼 열정적인 삶을 갖도록 힘써야 하는 것이다.

임양은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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