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살려는 자영업자, 먹고 죽을 돈도 없다

年금리 최고 45%… 이자 갚기도 벅차 사업체·가정까지 파탄

호텔 중식 주방장 출신인 K씨(56)는 지난 2010년 고양시에 중국음식점을 차리면서 사채업자로부터 7천만원을 ‘투자’ 받았다.

여덟 달 만에 투자금 전부를 회수할 만큼 장사가 잘됐지만, 사채업자는 배당금을 주지 않는다며 투자금을 대출금으로 전환해 일수로 이자를 계산했다.

K씨는 가게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투자금을 비롯한 일수 이자 4천200만원을 합해 총 1억1천200만원을 갈취당했다.

이후로도 수수료와 배당금을 갚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결국 K씨는 3천만원의 채무를 진 채 지난달 가게를 넘기고 말았다.

시흥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던 J씨(47)는 우울증을 앓는 20대 초반의 외아들과 함께 살았다.

아들의 병세가 악화하면서 가게 운영이 소홀해졌고, 병원비 마련을 위해 사채업자를 통해 100만~200만원씩 대출받던 것이 어느 순간 2천만원 대로 늘어났다.

이에 J씨는 지난해 초 집과 가게 보증금을 담보로 연 12% 금리로 5천만원을 추가로 대출 받았지만, 장사가 잘되지 않으면서 연체를 거듭하게 됐다. 사채업자가 집과 가게에 수시로 들이닥치면서 스트레스를 받은 아들이 자살했고, J씨는 대출을 받은 지 일년여 만에 파산하게 됐다.

이처럼 자영업자 10명 중 8명이 부채를 지고 있는 가운데 상당수가 대부업체를 이용하면서 사업체는 물론 가정까지 파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올 들어 전국 자영업자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4.3%가 부채를 지고 있으며, 부채금액은 평균 1억1천364만원으로 사업체당 월 평균 이자비용으로 94만원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중 13%는 금리가 최대 연 45%에 달하는 대부업체 및 미등록 대부업체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자영업자 10명 중 7명이 이자를 감당하는 데 급급한 형편이다.

송병태 경기도상인연합회 회장은 “운영비용은 점차 늘어나는 데, 매출은 줄어 상당수가 울며 겨자 먹기로 사금융에 의지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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