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인간의 현대 나들이’, 20년 전 저명한 전위예술가인 무세중씨가 초미니 유적박물관이었던 ‘전곡리유적관’을 개관하면서 만든 춤극의 제목이다. 4월 초의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재직하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학생들과 함께 벌거벗고 원시춤을 추었다. 이 굿거리를 시발로 하여 매년 5월 5일 어린이날에 축제가 벌어져 금년도에 20회가 된 것이다. 이번에 유산체험교육엑스포에 참여한 외국 문화유산전문가들이 놀랐듯이 당시로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체험교육적인 페스티발이 시작된 셈이다.
전곡리구석기유적에서 하는 축제는 아마도 세계 최고의 전통을 가진 선사문화축제일 것이다. 20년이 최고의 전통이라면 우습겠지만 실제로 구석기고고학의 원조인 프랑스의 남부 베르동 계곡의 작은 마을에서 하는 캉쏭 구석기유적축제가 20년이 됐다. 2000년대 들어서 연천군이 적극적으로 발전시켜 이제는 축제 기간 동안 방문객이 거의 100만 명에 육박하는, 아마도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축제가 된 셈이다.
이제 시대의 조류가 바뀌어 유산의 적극적인 활용이 사회적인 화두가 되고 있지만 그동안 유산의 활용은 파괴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았다. 실제로 그동안 전곡리 축제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유적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문화재청에 고발당한 경험도 있었다. 이제는 축제를 통해서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되는 사례가 된 점에서 이 축제의 문화유산 보존에 있어서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유적체험교육을 통해서 새로운 교육의 모델을 개발하여 유산을 통한 전인적인 교육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이 축제가 가지는 큰 의의일 것이다.
점점 어려워지는 유적 보존
유산을 보존하는 것은 사회적인 경비가 소요되는 것으로서 공감대의 확산이 필요하지만 그동안 유산의 보존은 학계의 자문을 얻은 정부의 판단과 역할에만 의존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유산의 항구적인 보존은 이제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이 현실이고 특히 고고학적인 유적의 보존은 엄청난 사회적 경비를 부담해야 하고 이익집단의 반발이 너무 커서 정부의 힘만으로는 어려워졌다. 때문에 근래에는 새로운 고고학 유적을 지정해 보존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대중의 적극적인 참여가 가장 핵심적인 관건이다.
이제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대중의 역할이 점점 증대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문화유산 보존을 위해 이해 당사자를 압박하고 설득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대중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유산의 보존에 대중적인 참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하기는 어렵다. 우선 대중에 문화유산관련 정보유통량은 엄청나게 증가하고 박물관이용자의 숫적인 증가에 볼 수 있듯이 관심은 크게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대중의 관심이 새로운 유산의 보존을 위한 자발적인 여론의 형성까지는 아직도 다다르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문화유산 보존, 대중이 주체돼야
문화유산은 우리에게 물과 공기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유산의 훼손은 곧 정신환경의 오염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환경지킴과 마찬가지로 문화유산지킴도 대중이 주체가 되는 것이 보존의 관건이다. 대중의 역할의 하나는 유산의 보존에 대해서 사회적인 보편적가치에 대한 이해 당사자로서 여론형성에 참여하는 것과 또 다른 하나는 유산의 활용극대화를 위해 주체적인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문화유산의 보존을 위해서는 대중의 참여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의 강구가 당면과제이자 핵심적인 전략이다.
배기동 전곡선사박물관장 국제박물관협의회 한국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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