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스케치여행] 1억 4천만년 습지의 신비, 우포늪에 가면

포커쳤다고 까발려 누워 침 뱉은 중. 개 패 죽인 가짜 중. 도덕적 안전지대는 어딜까? 나는 문득 우포늪을 생각해냈다. 난생 처음 KTX타고 동대구역에 도착했다. 서부터미널로 가서 창녕 가는 버스를 타고, 다시 영신버스로 우포늪까지 갔다. 대여소에서 빌린 자전거로 풀밭 길을 달린다. 비무장지대나 아마존을 연상시키는 숲과 늪. 자욱한 풀숲에서 왜가리, 청다리도요가 긴장감을 주지 못하는 나그네를 무시한 채 눈을 감고 있다. 찔레꽃이 무더기로 피어있는 산자락에서 뻐꾸기, 꿩, 소쩍새가 제멋대로 까불어 댄다. 건강상의 이유로 누워있는 동식물이 없는 생명의 DMZ, 나는 하이든의 현악4중주 종달새에 맞춰 천천히 자전거 바퀴를 옮긴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