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 '재두루미 서식지 복원' 철새 낙원 꿈꾼다

국내 최초 조류 보호용 서식지 조성

재두루미가 인간의 서식지 복원 노력에 화답했다.

김포시가 멸종위기종인 재두루미의 서식지를 복원하기 위해 추진 중인 재두루미 취·서식지 조성 사업 착수된지 1년여만에 재두루미 연간 관찰 개체수 150여마리라는 성과를 낳았다. 1970년대 재두루미 도래지로 명성이 높았던 김포시 하성면 후평리 일대에 추진되고 있는 재두루미 취·서식지 조성 사업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조류 보호용 서식지 조성사업이다.

유영록 김포시장은 “두루미는 자연의 순수함을 의미한다”며 “시는 인간으로서 자연에게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고 훼손되지 않은 자연을 돌려주기 위해 2008년부터 재두루미 취·서식지를 조성하고 있다”고 이번 사업의 취지를 밝혔다. 김포시의 재두루미 서식지 복원 노력을 따라가봤다.

■급격한 도시화 재두루미 내몰아

재두루미는 우리나라 등 동북아시아에만 서식하는 조류로 세계적으로 7천여 개체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천연기념물 제203호, 멸종위기2급 조류로 지정돼 보호받는 희귀 조류다. 러시아 등지에서 번식해 한국, 일본, 중국 등에서 월동하는 조류로 한강 하구 김포시 일원에서 많게는 100여 개체가 월동을 한다. 지난 1970년대에는 하성면 후평리 지역에 1천500~2천여 개체가 서식, 국내 최대 재두루미 도래지로 명성을 쌓았다. 2000년대 들어서는 고촌읍 홍도평이 한강하구 최대 재두루미 도래지역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개발과 무분별한 농지의 훼손 등으로 재두루미의 개체수가 급감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택지개발과 농지 성토에 이은 용도변경이다. 경인아라뱃길 공사과정에서 배출된 토사가 농지 성토에 사용되면서 재두루미 서식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 또 부가가치가 높은 버섯 재배와 시설 재배를 위한 비닐하우스 설치 등도 재두루미가 한강 하구를 떠나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쳐 매년 11월이면 월동을 위해 홍도평 등 한강하구를 찾던 재두루미가 100~200개체에서 몇년 전 30~40여 개체까지 줄어들었다. 시는 사라져가는 재두루미를 다시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는 자연 그대로의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 재두루미 취·서식지 조성사업에 뛰어들었다.

 

■옛 후평리 재두루미 취·서식지 명성 되찾는다

재두루미 취·서식지 조성에 나선 시는 가장 먼저 각종 개발로 사라져간 고촌읍 홍도평 재두루미 취·서식지에 대한 대체 서식지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다. 이어 과거 도래지인 후평리 일대를 단계별 재두루미 취·서식지 조성 방안에 대한 기본계획과 실시계획을 수립하고 2010년 1단계 복원사업 용역을 발주, 1단계 사업년도인 지난 해를 거쳐 현재 2단계 조성 사업이 완료된 상태다.

재두루미 취·서식지 조성 사업은 월동 및 이동 개체의 도래를 유도하고 기존 취·서식지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해 재두루미의 체계적인 현황 파악과 보호관리 방안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당초에는 재두루미 취·서식지를 홍도평과 고촌 태리, 평리 일대에 조성할 계획이었으나 국토해양부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조약 및 항공법령의 장벽에 부딪혔다. ‘공항으로부터 8㎞ 이내 지역에는 조류를 유인하는 시설물이나 조류가 선호하는 어떠한 행위도 제한한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시는 대안으로 과거 재두루미 도래지였던 하성면 후평리를 최종 대안지로 선정하고 지역주민들과 협의를 거쳐 조성 사업지로 결정했다. 재두루미가 물이 낮은 습지나 갯벌, 바람을 막을 수 있는 강 옆을 좋아하고, 동일한 취식지로 도래하는 귀소 본능이 있는 점 등도 감안했다.

시로부터 2단계 사업을 의뢰받아 지난 5개월여 동안 조성사업을 추진한 한국환경생태연구소는 후평리 일대에서 먹이주기와 무논조성, 밀렵감시 등 재두루미 취·서식지 조성작업을 벌이고 관내 재두루미 모니터링 및 서식 저해 요인과 재두루미 도래 현황조사 등을 실시했다.

연구소 측 재두루미 모니터링을 통해 “재두루미의 월동지 선택에 잠자리(습지)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며 “고양시 장항IC 잠자리와 후평리는 13㎞나 떨어져 있으므로, 후평리 인근 시암리에 잠자리를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고향 품으로 돌아온 재두루미와 철새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2단계 사업 중인 지난 3월 13일 처음으로 재두루미 10여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재두루미 취·서식지 조성사업의 성공을 예감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사업 관계자들과 주민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이후 개체수는 매일 늘어 같은 달 16일에는 최대 38개체가 관찰됐고 지난 4월1일까지 122개체가 관찰됐다. 특히 재두루미 뿐만 아니라 개리, 큰기러기, 쇠기러기, 가창오리,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고방오리 등도 관찰됐으며, 개체수도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올해 3억5천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다는 방침이다. 3단계 사업부터는 이러한 가시적인 성과로 인해 도비 지원도 받을 수 있어 한층 더 수월하게 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는 후평리 일대가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자연학습 명소가 될 수 있도록 지역주민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고 관계 전문가와 함께 철새 도래지 복원에 최선을 다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유영록 시장은 “사업지구 내 재두루미 보호를 위해 먹이주기 활동, 밀렵감시, 생물다양성 관리계약 등을 꾸준히 추진해 후평리 일원을 재두루미 등 철새의 낙원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포=양형찬기자 yang21c@kyeonggi.com 


<인터뷰> 유영록 김포시장 "150여마리 도래 성과…철새는 후손에게 물려줄 자원"

-앞으로 재두루미 취·서식지 사업 추진 계획은.

재두루미 취서식지 조성사업 4단계 중 현재 2단계 사업까지 마무리했다. 그 과정에 있어 많은 어렴움과 난관에 부딪치기도 했지만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지금까지 잘 진행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3월에는 재두루미와 흑두루미 150여마리가 도래하기도 했다. 3단계 사업부터는 재두루미뿐만 아니라 다른 철새들도 찾아들 수 있는 지역으로 조성해 생물 다양성을 높이고자 한다. 장기적으로는 재두루미의 월동 모습을 관찰할 수 있도록 사업지를 확대하려 한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간직한 한강 하구에 찾아드는 철새는 미래의 후손에게 지켜주어야 할 소중한 자원이다. 이를 보물처럼 인식해 인간이 자연에게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고 행동으로 실천해 재두루미의 낙원을 조성할 생각이다.

-지역주민의 일부 반대 여론도 있다.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

이번 사업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지역주민들과의 협의다. 당초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인해 사업대상지를 국공유지로 변경한 바 있다. 그후 지역 주민들과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지역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 예로 다음 사업에서는 사업지 전체를 대상으로 생물 다양성 관리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재두루미 취서식지 조성도 중요하지만 보존이 더 중요하다. 지속적인 보전방안은.

하성면 후평리 지역은 1970~1980년대 만해도 1천500~2천여 개체의 재두루미가 도래했던 지역이다. 이 지역을 다시 조성해 보존하고자 하는 것이다. 김포시는 한강신도시, 씨네폴리스 등 대규모의 개발 사업이 이뤄지고 있어 개발압력이 거세다. 하지만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고 우리의 후손들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시의 시정구호이자 비전인 ‘지속가능한 창조도시 김포’를 구현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김포=양형찬기자 yang21c@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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