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짜장면박물관
중화요리 전문점 ‘공화춘’ 리모델링…역사와 추억 고스란히 담아
어릴 적 아버지께서는 주말마다 차이나타운에 있는 중국집으로 데려가곤 하셨다. “짜장면의 원조는 이곳이야“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으셨던 아버지의 모습이 생각난다. 알록달록한 색깔의 이색적인 건물과 한문으로 적혀 있는 간판, 주문을 받자마자 종업원이 주방장에게 중국어로 소리치는 모습에 어린시절 괜스레 짜장면의 맛도 동네 중국집보다 더욱 맛있게 느껴졌던 기억. 변함없이 이곳에는 역동적인 한문과 붉은 빛으로 장식된 수십 곳의 중국집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어느새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짜장면의 원조가 된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 이곳에 국내 최초로 ‘짜장면 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인천시 중구 차이나타운에는 100여년전 개항기 무역상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지난 1980년까지 중화요리 전문점으로 명성을 떨쳤던 ‘공화춘’ 건물이 있다.
등록문화재 제246호이기도 한 이곳은 모두 846.2㎡의 넓이에 지상 2층 건물로 짜장면이 최초로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중구청은 문을 연 지 100여년이 된 이곳을 리모델링해 국민 음식으로 사랑받는 한국식 짜장면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짜장면 박물관’을 건립, 지난 4월 28일 문을 열었다.
짜장면은 1883년 인천 개항과 더불어 중국 산둥에서 건너온 화교들이 삶은 국수에 된장과 채소를 얹어 비벼먹는 고향의 음식 ‘짜장면(作醬麵)’을 소개하면서 우리나라 짜장면의 역사가 시작됐다.
중화요리가 번성하던 일제강점기에는 중국음식점의 메뉴 가운데 하나가 됐고, 해방 후 달콤한 검은 빛의 캐러멜이 첨가된 춘장의 보급으로 한국식 짜장면으로 발전했다.
산업화 시대에는 근로자들이 빠르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일명 ‘산업화 시대의 전투식량’으로, 뜻깊은 날 가족들이 함께 즐기는 중요한 외식 메뉴로도 자리를 잡았다.
짜장면 박물관은 이처럼 개항기 인천에서 탄생해 ‘한국 100대 민족문화 상징’의 반열에 오른 한국식 짜장면의 모든 역사와 추억을 담고 있다.
박물관은 모두 7곳의 전시공간과 기획전시실, 수장고, 편의시설, 사무공간으로 구성돼 짜장면에 대한 각종 유물과 모형, 영상물 등 다양한 자료로 채워져 있다. 2층으로 입장해서 1층을 거쳐 기획전시를 관람하고 퇴장하는 동선으로 연결된다.
상설전시는 △프롤로그(개항기 인천의 화교사) △제1전시실(짜장면의 탄생) △제2전시실(1930년대 공화춘) △제3전시실(1970년대 짜장면의 전성기) △제4전시실(현대 한국 문화 속의 짜장면) △에필로그(세계속의 짜장면) △1960년대 공화춘 주방으로 구성돼 있다.
상설전시공간에는 일명 ‘철가방’인 배달통과 면기, 화교사 관련 자료, 공화춘 관련 자료 등 200여점의 소장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공화춘 창립자의 이름을 따 ‘우희광 기념홀’로 명명된 기획전시실은 박물관 건물로 사용되는 공화춘 건물과 공화춘 집안 사람들에 대한 자료를 전시하고 있는데 앞으로 다양한 기획전시를 통해 짜장면 박물관의 전시내용을 보다 풍성하게 할 것으로 기대되는 공간이다.
지난 1980년대까지 명성을 떨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인 육영수 여사도 즐겨 찾았던 짜장면의 발상지 ‘공화춘’. 30여년전 문을 닫아 역사가 끊겼던 이곳은 새로이 짜장면 박물관으로 재탄생했다.
맛있는 음식 냄새는 사라졌지만,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아이들에게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박물관으로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글 _ 인천·신동민 기자 sdm84@kyeonggi.com 사진 _ 짜장면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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