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과 시민의 다리가 되어… 알뜰한 경영 살뜰한 사업추진
정진복 농협중앙회 인천본부장의 트레이드마크는 ‘미소’다. 그만의 온화한 성품과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인천농협을 이끌어가는 제일 커다란 원동력이다. 특히 인천에서 태어나 1975년 농협에 입사한 뒤 줄곧 인천농협 기획관리과장, 남동공단지점장, 인천시청지점장, 금융사업부본부장 등을 역임했던 터라 지역내 대인관계도 넓고 원만하다. 올 초, 인천농협 수장으로 취임한 이후에도 자신의 특성을 잘 살려 농협회원들 뿐만 아니라 지역안팎을 보듬는 살뜰한 경영을 펼치며 신망을 얻고 있다.
사업구조 개편 후 소통과 화합으로 ‘연착륙’
“농협의 가장 큰 역할은 농민과 시민이 서로를 믿는 동반자로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 본부장은 “농협은 시민에게 안전하고 질 좋은 농축산물을 공급하면서 안정적인 유통구조를 만들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금융기관으로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해 나가야 한다”며 “농협은 농업·농촌·농업인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농협이 올해 초 사업구조를 개편하면서 인천지역에서도 초기에는 일부 혼란을 겪기도 했지만 예상보다 빠른 시간내에 연착륙할 수 있었던 것도 소통과 화합을 중요시하는 정 본부장의 경영방침 덕분이다.
올해 농협은 지난 50여년간 다져온 조직을 뒤흔드는 사업구조 개편을 단행하며 대변혁을 겪었다. 지난 3월 금융지주회사와 경제지주회사로 분리된 것. 금융지주는 농협은행, 농협생명보험, 농협손해보험, NH투자증권 등의 금융자회사를 두고, 경제지주는 농협유통 등의 경제 자회사를 둔다.
이에 따라 인천농협도 신용부분은 농협은행 인천영업본부와 농협생명보험 인천총국, 농협손해보험 인천총국 등으로 독립했으며, 농협중앙회 인천본부는 과거 농협중앙회의 신용업무를 제외한 기존 업무를 그대로 수행하고 있다. 농협조합 감사업무도 맡는다.
먹을거리 산업 ‘농업’ 안정화 되려면 영농지원 강화가 우선
정 본부장은 사업부분간 책임을 명확히 하면서도 효율성은 높이고 혼란은 최소화했다.
정 본부장은 “사업구조개편이 조기에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했다”며 “역동적이고 도전적인 인천농협이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53만 구성원이 한가족처럼
인천농협은 중앙회 및 지역농협 157개, 2천400여명의 직원으로 구성돼 있다. 조합원 3만4천여명, 준조합원 43만1천여명, 영농회 2만9천여명, 고향을 생각하는 주부모임 1만3천여명, 부녀회 1만3천여명, 기타 조직 5천여명 등을 더하면 무려 52만7천여명을 웃도는 거대한 조직이다.
정 본부장은 구성원 모두가 유기적인 관계를 만들어 가는 토대를 쌓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20여년간 지속되온 지역농협 주부대학은 인천농협의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남동농협을 비롯해 서인천농협, 중구농협 등에서 일제히 주부대학을 개강했다.
올해 인천지역 9개 농협에서 교육을 받는 주부회원들은 1천300여명. 지금까지 배출된 주부대학 졸업생은 수만명에 달한다.
이렇게 오랜기간 쌓여 만들어진 인천농협의 인력네트워크는 지역내 다양한 봉사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천농협의 ‘우리농산물지킴이’다. 주부대학과 고향주부모임, 소비자단체 회원 가운데 여성지도자 자질을 갖춘 회원들이 소비자감시단으로 구성돼 인천지역 농협 전체 매장을 돌면서 원산지관리 및 식품안전 관리 등을 점검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 ‘우리농산물지킴이’는 소비자이자 집 안의 식탁을 책임지는 어머니의 눈으로 농협판매장을 일제히 점검하기 때문에 농협식품 안전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고 우리농산물을 보호할 수 있다”며 “농협을 소비자들이 언제나 믿고 살 수 있는 농식품 안전지대로 만드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농협 NH봉사단을 꾸려 일손이 부족한 농가를 찾아가 도움의 손길도 내밀고 있다.
최근에는 봉사단 400여명이 남동구 도림동 배 재배농가인 해강농원 등 20개 농가에서 배솎기와 고추지지대 세우기 등을 하며 구슬땀을 흘리기도 했다.
인천농협 봉사단은 10년이 넘도록 남동구내 배 농가를 찾아 일손을 돕고 있으며 올해는 5~7월까지 3개월을 일손돕기 집중 기간으로 정해 봉사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정 본부장은 “인천지역 농가들은 만성적으로 일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인천농협 모두가 한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직원들과 조합원들이 뭉쳐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농협은 이와 함께 회원들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인천쌀 팔아주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인천 쌀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품질의 쌀을 생산하는 기반을 확충하는 한편 인천지역 지자체 및 유관기관과 연계해 쌀 판매를 확대할 수 있는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과 인천시민들을 대상으로 ‘아침밥 먹기’ 캠페인을 통해 쌀 소비촉진에 나서고 있고 각 지역마다 이벤트를 실시하면서 인천쌀의 브랜드도 높여가고 있다.
새로운 농업·농촌을 만들자
정 본부장은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먹을거리 산업인 농업이 안정화되려면 영농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최근 들어 국제유가가 오르고 영농자재 가격도 덩달아 상승해 지역 농업인들이 큰 어려움에 빠지자 영농자재 무상지원을 확대하기도 했다.
영농기에는 농기계은행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내실을 다지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올해는 농작업 대행실적을 최대 5천ha까지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보다 1천200ha나 늘어난 수치다. 또 신규 농기계도 40대(13억원 상당)나 구입해 농민들을 지원하기로 했다.
유기질 비료도 지난해보다 3억원 가량 늘어난 30억원 상당을 지원한다.
“농민들은 힘들게 한 해농사를 지어도 손에 남는 게 많지 않습니다. 영농지원을 강화해 농업소득 안정화를 꾀해야 농업이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인천농협은 영농지원 방안의 일환으로 ‘1농협 1주유소 갖기 운동’, ‘1사1촌 자매결연 맺기 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특히 1사1촌 자매결연을 복합교류형으로 전환해 단순히 일손돕기 등 봉사활동 수준에 머물던 것을 농산물 판매, 영농생활체험, 관광 등을 연계해 복합체험활동으로 개발했다. 그 결과 자매결연을 맺은 곳은 지난해보다 50곳이 늘어난 130곳으로 확대됐으며 신규 자매결연을 추진하는 곳도 20곳이나 된다.
1교1촌 자매결연 및 농촌체험활동도 지원해 인천지역 내 8개 학교 1천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식(食)사랑 농(農)사랑 운동’을 펼치며 식문화 개선에도 앞장서고 있다.
장학·법률·의료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 펼쳐
인천농협은 지역내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이어오면서 인천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기관이 되고 있다.
지난 1997년부터 국내 대학병원 등과 자매결연을 맺고 15년 동안 의료시설과 인력이 부족한 도서지역 주민 1만여명에게 무료진료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또 1995년부터 법률에 취약한 농업인들의 법률문제 해결을 돕고자 강화, 옹진도서지역을 중심으로 무료 법률지원을 해주는 농업인 법률구조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매년 800여건에 달하는 소비자 피해사례를 접수해 처리하고 있고 소송으로 평균 18억원 상당의 피해를 구제하는 등 농업인들의 고충을 해결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혜택으로부터 소외돼 있는 농촌마을을 위해 지역문화복지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인천에서는 모두 11곳의 문화센터를 운영하면서 조합원과 지역주민들에게 다양한 문화·복지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매년 농협 장학생도 선발해 지역 인재를 키우는데 앞장서고 있다. 지난 2002년부터 장학사업을 벌여 농업인이나 자녀들이 대학에서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장학금도 지급하고 있는 것.
농촌의 새로운 구성원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다문화가정을 돕는 지원사업도 펼치고 있다. 농촌 결혼이민여성들이 모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항공권과 체제비용을 지원하거나 이민여성 농업인을 위한 1대 1 맞춤 농업교육을 실시하고 농촌 정착지원과정 연수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최근 농촌에는 10쌍중 4쌍이 국제결혼을 하고 있고 10년 후면 농촌 청년의 절반이 다문화가정을 이루게 된다”며 “다문화가정도 농협을 구성하는 중요한 일원이 되고 있는 만큼 이들이 안정적으로 농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글 _ 인천·김미경 기자 km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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