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5일장 나들이]①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양평 5일장으로 초대합니다

양평 5일장 입구는 동물농장을 방불케 한다.

이른 아침인양 울어 재끼는 암탉부터 보송보송한 오리, 새카만 오골계, 새끼 고양이와 강아지까지 갖가지 동물이 한데 모여 저마다 목소리를 높인다.

수십 마리가 뒤엉킨 철장 안을 내려다보며 ‘어떤 놈이 실한가’ 고심하는 사람도 있지만, 동물들이 신기해 고개를 빼고 구경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작은 ‘농장’을 시작으로 줄지어 늘어선 노점에서는 직접 캐낸 나물과 싱싱한 생선, 갖가지 곡물, 각양각색의 옷가지와 푸짐한 먹을거리 등 온갖 것들을 찾아볼 수 있다.

갓 버무린 나물을 맛보라며 손을 내미는 아주머니, 2천원짜리 윗도리 석 장 사면 오백원을 빼준다고 눈을 찡긋하는 아저씨는 장터에서만 느껴지는 상인의 냄새를 물씬 풍긴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 이것저것 구경하다 보면 양손엔 어느새 짐이 한 가득 이다.

양평 5일장은 양평 정기시장의 주차장 부지에서 열리는 장터다.

6·25전쟁이 있기 전부터 수십 년간 명맥을 이어온 전통 있는 장으로 지난 1965년 양평 정기시장이 들어선 이후로도 꾸준히 지속하고 있다.

땔감용 나무와 인근 용문산에서 캐낸 나물 정도를 판매하던 시장이 80년대 들어 규모가 점차 커지기 시작하면서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는’ 장터로 이름을 알리기에 이르렀다.

특히 족발, 빈대떡 등 먹을거리가 인기를 끌면서 경기지역은 물론 서울, 강원도에서 찾아오는 손님도 많다.

차량 350대를 세울 수 있는 2천640여㎡(800여평)의 널찍한 부지에 장을 세우는 상인만도 300여명.

양평에 사는 상인은 40명으로 대다수가 인천, 충청도, 강원도 등 다양한 곳에서 찾아온다.

하남에서 화원을 운영하는 신동수씨(52)는 올 들어 양평장을 찾기 시작했다. 1t 트럭 한가득 꽃과 화분을 싣고 와 판매는 물론 식물상담사 역할까지 도맡고 있다.

‘꽃은 언제 피냐’, ‘집에 똑같은 화분이 있는데 시들어간다’ 등 질문이 쏟아져도 친절하게 대답하다 보니 벌써 단골도 생겼다.

1천원짜리 선인장부터 5만원짜리 나무까지 다양하게 판매하는 것 또한 손님을 끄는 신씨의 비결이다.

“몸으로 부딪히면서 사람들을 만나니까 힘이 들면서도 재미있죠. 화원보다 싸게 팔다 보니 손님들도 좋아하고요”

25년간 해오던 족발 가게를 접고 ‘장돌뱅이’로 전향한 지 5년째인 이윤근씨(47)는 장날이면 이른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쉴 틈이 없다.

부지런한 손님들이 7시부터 찾아오는 통에 오전 6시부터 족발을 삶아야 하기 때문이다. 미니족과 장족을 그 자리에서 삶아 판매하는 이씨는 하루 2시간 안팎씩 평균 4~5번씩 족발을 삶는다.

부글부글 끓는 육수에서 노릇하게 익어가는 족발을 건져낼 때마다 여기저기서 터지는 “이야”하는 탄성도 이제 익숙하다.

진하고 쫄깃한 맛이 훈훈한 장터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입소문을 타면서 매출은 가게를 운영할 때보다 60% 이상 늘었다.

“5일 장이라도 없는 게 없으니까 쇼핑하기 편해서 매번 와요”

양평 5일장 ‘단골손님’이라는 김영자씨(43·여주)는 이미 예닐곱 개의 봉투를 들고선 남편에게 족발까지 떠안기며 “사람 사는 재미가 느껴지니까 좋잖아요”라고 덧붙였다.

■양평 5일장

양평군 양평읍 양근리에서 열리는 정기 재래시장으로 1900년대 초중반부터 시작된 유서깊은 장이다. 매달 3·8·13·18·23·28일 열리며 중앙선 양평역 바로 앞에 있어 교통이 편리하다. 차량 2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은 1시간 무료로 30분에 500원씩 요금을 내야 한다.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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