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여정(32). 이 여배우의 성장이 가파르다.
연예계 대표 베이글녀가 10년만에 거머쥔 스크린 주연작 ‘방자전’은 그의 연기인생에 화려한 터닝 포인트가 됐다. ‘변신’이란 단어는 꼭 그럴 때 써먹으라고 생겨난 말 같았다.
그리고 2년 만의 스크린 컴백작인 ‘후궁:제왕의 첩’(김대승 감독). 조여정은 “’방자전‘이 변신이었다면 ’후궁‘은 성숙”이라고 표현했다.
6일 개봉한 영화 ‘후궁’은 사랑에 미치고, 복수에 미치고, 권력에 미치는, 미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세 사람의 비극적인 사랑과 운명을 그렸다. 지독한 궁에서 벌어지는 애욕의 정사(情事)와 광기의 정사(政事)가 기막히다.
조여정은 두 남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지만, 파란만장한 운명을 사는 ‘화연’으로 분했다. 사랑 때문에 후궁이 되어야 했고, 살기 위해 변해야만 했던 슬픈 운명의 여인, ‘방자전’의 춘향이 보다 몇 배는 어려웠음직한 역할이다.
“‘방자전’ 때와는 완전히 색깔이 다른 고민이었어요. 고민의 깊이부터가 달랐죠. ‘춘향이’는 알듯 말듯 발찍하고 소녀적인 느낌이었다면, ‘화연’는 인생의 파도에 대해 정면승부 하는 모습을 스트레이트로 보여준다는 것. 그런 인생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보지 못한 저로서는 끊임없이 상상하고 집중하는 것 밖엔 방법이 없더라고요.”
개봉 전 ‘노출’로 먼저 화제가 되다보니 “왜 또 벗는 영화냐”고 묻는 이들이 많다. 어떤 이들은 “그러다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해준다. 조여정은 이 모든 질문에 여유롭다. “영화에 답이 있어요. 영화를 보세요”라며 담백하게 답한다.
실제로 에로틱 궁중사극을 표방한 만큼 베드신에만 집중됐던 영화는 베일을 벗은 후 호평 일색으로 돌아섰다.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조여정의 독기 서린 팜프파탈 연기는 성장을 넘어 가슴을 파고드는 묵직한 울림을 준다.
“베드신을 단순한 베드신이 아니라, 감정신이라고 생각하고 촬영했어요. 마지막 베드신은 4일간 촬영했는데, 한국무용을 전공한 안무가의 도움을 받기도 했어요. 세 칸의 방을 통과하면서 걷는 모습, 옷을 벗을 때도 심리를 표현하기 위해서였죠. 노출을 두고 이런저런 얘기들이 많이 나오는데, 저는 작품 속 노출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요.”
조여정은 촬영 후 혹독한 ‘앓이’를 겪고 있다고 한다. 기분 좋은 성장통이다. “지난 4개월간 쥐고있던 고민들이 없어지니, 보이는 것들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는 것. 하지만 작품에 대한 평가가 좋아 흥행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여자 관객들의 공감을 얻어내면 가장 기쁠 것 같아요. 작품을 고를 때 지금 여자들을 대변해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 편이죠. 우리 영화는 뻔한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지 않아 많은 물음표를 던져주고 있어요. 내가 뭘 욕망하는지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죠. 인생의 파도는 내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언제 어떻게 올지도 모른다는 것, 궁 안의 삶이나 우리의 삶이나 닮았잖아요.”
<협력사>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happy@mk.co.kr/ 협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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